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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오만과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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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 언론인·문화비평

[톺아보기]오만과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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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어떻게? 당연히 바르게, 잘 다스려야 한다. 모두가 다 나설 수 없으니 대표로 바르게, 잘 다스리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국민이 뽑은 사람들이 바로 국회의원이요,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법을 구체화하고 집행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다. 법을 토대로 판결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의 일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이다. 삼권을 분리한 것은 하나가 권력을 휘두르면 나머지 둘이 견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언론은 입법ㆍ사법ㆍ행정부가 제대로 중심을 잡고 서로 적절히 견제하며 국민을 위해 일을 잘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제4부'라고도 한다. 이런 기초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권력 통제 시스템이 와해되고, 민주주의 원칙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 같아서다.

176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이 '임대차 3법'을 비롯한 13개 법안을 찬반토론이나 자구심사도 없이 반나절 만에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입법부가 과도하게 힘을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대 여당에 편승한 행정부는 더 가관이다. 문제가 많아 보이는 누더기 법과 근시안적인 정책을 내놓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그 정책이 앞으로 국민 생활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바 아닌 듯하다. 여당 의원들이 앞다퉈 나서서 입맛에 맞게 발언해주고, 법의 내용을 검토도 하지 않은 채 통과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뒷배가 든든해지니 국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장관의 태도 또한 이전과 매우 달라졌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앙숙으로 비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을 던진 국회의원을 째려보고, 버럭 화를 내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장관이 국회에서 하는 행동이 이 수준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하는 언행은 국민에게 귀감이 돼야 마땅할진대 배려나 이해, 생각의 깊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험한 말과 행동이 판을 친다. 이런 행태를 두 글자로 하면 '오만'이고, 네 글자로 하면 '오만불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다짐한 것이 '겸손한 권력' 아니던가. 그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권력'만 남은 듯해 안타깝고 불편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있다. 겸손하고 겸허한 태도는 인간의 기본 소양으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인격 수양의 고전인 '소학'에서는 "인지덕행겸양위상(人之德行 謙讓爲上)"이라고 가르친다. 사람의 덕행은 겸손과 사양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그 결과 상대로부터 공격당하거나 업신여김을 당하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다. 겸손한 태도로도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고 목적한 바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개인적 욕심이나 사적인 감정을 떠나 대의를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이 먼 미래에 미칠 결과까지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겸손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와야 한다. 그래야 가슴을 울리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존 헤네시 전 스탠퍼드대 총장은 교수와 기업가로 살아오면서 배운 교훈들을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책에 담았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리더십의 조건을 10가지로 집약하면서 가장 먼저 꼽은 것이 '겸손'이다. 그는 겸손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지금 겸손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다. 그들을 위해 책에서 한 구절을 옮겨본다. "오만은 자신의 강점만 보면서 자신의 약점과 남들의 강점은 무시하게 만들어 결국 큰 실수를 저지르게 한다. 반면 겸손은 우리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보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겸손이야말로 우리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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