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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속도 내지만…정부 주택공급 로드맵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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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태릉 등 사전청약 물량 9000→6만호 늘려
보상절차 지연 가능성 높아 "변수 고려 안한 낙관적 전망"
발굴택지, 주민 반대·군사보안· 토지 정화 등 곳곳에 암초

2018년 9월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성동구치소 부지에 1300가구의 주택을 짓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부지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첫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이다. 구치소 일부 시설 존치와 임대주택 건립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빨라야 내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8ㆍ4대책을 통해 밝힌 주요 택지의 주택 공급 일정이 사업 추진 과정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낙관적 전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공급 로드맵 자체가 "아무런 걸림돌 없이 최대한 일정을 앞당겼을 때나 가능한 일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내년말부터 6만가구 사전청약 실시한다는데

1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8ㆍ4대책에서 밝힌 3기 신도시, 태릉골프장 등 기존 공급 물량 확대나 신규 택지 발굴을 통해 시장에 나올 6만가구의 주택에 대해 내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사전청약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급 로드맵이다. 이에 따라 사전청약 물량은 당초 3기 신도시에서만 9000가구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총 6만가구로 6배 이상 늘어난다. 정부는 청약 시스템이 구축되는 내년 3분기부터 3만가구의 사전청약을 받고 2022년에도 3만가구를 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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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은 본청약이 이뤄지기 1~2년 전 일부 물량에 한해 이뤄진다. 정부는 사전청약의 경우 입주 시까지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의 청약은 해당 단지의 착공이 이뤄진 이후에 실시되기 때문에 입주 예정일을 보통 2~3년 내로 잡는다. '패닉 바잉(공포에 따른 구매)'이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정부가 젊은 층의 불안감을 완화할 방안으로 사전청약을 도입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사업 절차 과정에서 크고 작은 지연 요인이 발생하는 택지개발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망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내년 중 사전청약을 받고 2024년부터는 입주를 시작할 방침이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모든 게 걸림돌 없이 이행되는 속도전이 성사될 때에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사례보니…보상지연 등 곳곳 암초, 평균 6.3년 걸려

통상 신도시 개발을 위해서는 택지개발지구 지정이 이뤄진 후 개발계획 승인, 실시계획 승인, 택지조성공사, 택지 및 주택분양의 절차를 거친다. 현재 3기 신도시는 최근 지구 지정이 끝난 후 지난 7일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의 토지 보상계획이 공고된 상태다. 남양주 왕숙은 이달 중,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은 내년 상반기에 보상계획이 공고될 계획이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내년 중 개발ㆍ실시계획 승인을 받을 방침이지만 보상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또 택지조성과 개별 설계, 착공, 건물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2024년 입주는 모든 일정이 순차적으로 돌아갈 때에만 가능한 상황에 가깝다. 특히 하남 교산지구의 경우 현재 보물이 출토된 곳이 있어는 등 문화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자칫 사업 추진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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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과거 주요 택지개발사업은 보상 지연으로 곳곳에서 차질을 빚었었다. 인천 검단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등 2기 신도시만 해도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토지 보상이 미뤄지면서 전체적인 사업 일정이 지연됐다. 화성 봉담2지구의 경우 2008년 말에 계획된 보상이 2010년에야 시작되기도 했다.


이는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토부가 실시한 도시개발사업 현황 조사 결과 지구 지정에서 사업완료까지 평균 사업기간은 6.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하에 사업이 완료된 곳은 전체의 17.9%에 불과했다. 4~5년이 걸린 경우가 33.0%였으며 6~10년이 36.7%로 가장 많았다. 사업기간이 11년 이상 걸린 곳도 12.4%에 달했다. 예정대로 단기간에 사업이 완료된 곳은 많지 않았던 셈이다.


신규발굴 택지, 주민 반대ㆍ군사 보안 등 난제 수두룩

정부가 신규 발굴한 택지 후보지도 저마다 크고 작은 난제를 안고 있다. 과천 정부청사, 태릉골프장, 용산 캠프킴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4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과천청사 앞 유휴부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다. 주말인 지난 8일 오후에는 '과천 시민광장 사수 대책위원회' 주최로 과천중앙공원에서 3000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시민이 모여 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 김종천 과천시장도 참석해 개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시장은 현재 해당 부지 내에 '천막 시장실'을 설치하고 정부가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이곳에서 집무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태릉골프장도 인근 지역에서 교통난과 녹지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또 육군사관학교가 바로 맞닿아 있어 해당 지역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군사기밀시설인 육사 내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등 군사 보안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수도권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 관련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훼손 반대 집회가 9일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수도권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 관련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훼손 반대 집회가 9일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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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급방안에 깜짝 포함된 캠프킴 부지도 마찬가지다. 3100가구 조성이 예정된 캠프킴 부지에 대해 김 장관은 "미군이 다 이전한 상태"라며 "환경문제에 대한 양국 협상만 남아 있고 이게 마무리되면 조기 반환에 장애가 없다"며 공급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하지만 캠프킴은 지난해 서울시의 조사에서 부지 내 관측정 21곳 중 8곳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최고 농도가 기준치(1.5㎎/L)의 258배(388.1㎎/L)까지 검출되는 등 당장 주택 부지로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곳이다. 사실상 땅을 대부분 갈아엎어야 하는 만큼 오염 정화에만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시차가 있는 만큼 당장의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무리한 공급을 밀어붙여 오히려 신뢰를 잃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공급을 부족하지 않게 하겠다는 정책적 신뢰를 주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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