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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저렴해져야" vs "소형 출판사 살려야" 도서정가제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종수정 2020.08.09 07:00 기사입력 2020.08.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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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개정 둘러싸고 정부·출판계 갈등
대형 출판사 독점 막기 위해 도입…가격 문제는 숙제

지난달 19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서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서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도서정가제 개정을 둘러싼 정부와 출판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출판인회의는 문체부가 기존 도서정가제 민관협의체의 개선안 협의를 갑자기 중단했다고 주장하면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일정 가격보다 서적을 저렴하게 팔 수 없도록 법령으로 도서 정가를 강제하는 제도다. 대형 출판사가 할인 공세를 통해 출판 시장을 독점할 수 없게 하려고 지난 2014년 도입됐다. 그러나 해당 사안은 대형·독립 출판사뿐 아니라, 직접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입장도 얽혀 있어 한층 복잡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간행물을 발행할 때 법에 명시된 정가를 표시해야 하고, 판매자는 정가에서 최대 10% 이내 가격 할인, 5% 이내 포인트·마일리지 등 부수적 할인을 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또 법에는 3년마다 도서정가제 폐지·유지·완화 등 개선방향을 검토하고 필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추가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도입 이후 2017년에 이어 오는 11월 재검토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문체부는 지난해 7월부터 출판계·전자출판계·유통계·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 지난 6월까지 모두 16차례 회의를 개최해 도서정가제 개정 관련 주요 쟁점을 정리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체부가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문체부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고 설명했지만, 출판계는 기존 논의와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참석을 거부했다.


출판인회의는 지난 7월 말 문체부가 기존 논의를 전면 중단, 새 각도에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다고 반발했다.


서울 한 동네서점에 책이 쌓여있는 모습. 한국출판인회의는 6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서정가제 민관협의체 논의를 중단하고 재검토를 통보해 왔다면서 반발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동네서점에 책이 쌓여있는 모습. 한국출판인회의는 6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서정가제 민관협의체 논의를 중단하고 재검토를 통보해 왔다면서 반발했다. / 사진=연합뉴스



출판인회의는 6일 "문체부가 지난 2017년 개정 도서정가제에 대한 이해 당사자 간 보완 개선을 위한 출판계의 지난한 노력을 무력화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명확한 설명과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공식 답변을 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18년이란 긴 세월 동안 보안·개선되며 유지·발전된 도서정가제는 특히 작은 출판사 및 동네 서점에는 생존이 달린 사안"이라며 "이번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훼손되거나 또 다른 저의가 있을 때 총력을 다해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판인회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출판 관련 단체들과 긴급 대책 회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책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현행 도서정가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판 서적을 다양화하고 소규모 출판사를 살려야 한다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반면,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는 비판적 여론도 있었다.


직장인 A(27) 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보면 독립 출판사에서 출판한 독특한 책이나, 색다른 느낌의 동네 책방이 유행한다"라며 "무분별한 저가 경쟁으로 대형 출판사만 살아남았다면, 이런 서적이나 책방은 존재할 수 없었을 거다. 문학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B(31) 씨는 "프랑스, 독일 등 인문학이 발달한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도서정가제가 있다"며 "논란이 아예 없는 법은 없겠지만, 그건 차차 논의해 나갈 문제이고 법의 취지는 지켜나갈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반면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는 C(28) 씨는 "정부가 민간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고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책값을 고정시키면 누가 피해를 입겠나. 돈이 부족해서 책을 사기 힘든 서민층만 타격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청원인은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 "한줌 밖에 안 되는 독서 인구를 그저 털어먹기만 하는 규제"라며 "지식 전달의 매체로서 책은 언제나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동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한 동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 할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일 문체부가 공개한 '소비자 대상 도서정가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000명 중 도서정가제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은 36.9%로 부정적 의견(23.9%)보다 높았다. 그러나 현행 도서정가제 할인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70.7%로, 현행 유지(26.0%)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의 도입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법 일부 내용을 개정해 도서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에도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문가는 지나치게 엄격한 가격 고정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며 도서정가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개방된 시장경제에서 가격을 정부가 강제하는 방안은 기업 간 경쟁과 소비자 권익 측면 모두 불이익을 준다"며 "특히 출판업처럼 기대 성장률이 높지 않은 시장에서는 가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한 경쟁력인데, 이 경우 대형 업체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전체 시장 감소로 인해) 소형 업체는 소형 업체대로 타격을 입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를 완화하는 대신, 동네 서점들에 대해서는 "지역 바우처 지급 등 다른 방안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출판계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8일 출판계에 따르면, 출판 관련 30여 단체는 7일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참석자들은 최근 문체부가 16차례에 걸쳐 진행한 민관협의체의 합의내용을 무시하고 합의안에 서명하는 일정을 미루다가 돌연 도정제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민관협의체를 재가동해 논의하자는 제안마저 거부하고 있는 것을 성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전자책 분야에서도, 참석자들은 면세 혜택을 받고자 한다면 도정제를 지키는 것이 마땅하며, 도정제를 벗어나 할인경쟁을 하고자 하는 업체가 누구인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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