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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윤희숙 '5분 발언'과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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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공룡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의 강력한 무기는 다양한 콘텐츠만이 아니다.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끊임없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재구성한다.


소비자의 패턴을 묶고 다양한 태그를 활용해 중독성을 자극한다. 소비자의 눈높이와 취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전략무기를 장착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개인별 욕구를 맞춤형으로 리모델링을 한 것이 주효했다.

넷플릭스의 사례를 기업의 생존전략으로만 바라볼 일이 아닌 듯싶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의 화법은 점점 난장판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초등학생처럼 본질보다는 상대방의 말꼬리만 물고 늘어지기 일쑤다. '내로남불'식 편향적 잣대는 공식화 된지 오래다. 정치가 점점 희화화되고 혐오감만 부추긴다.


말로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다. 국민 정서에 맞는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되풀이되지만 항상 도루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총선 결과의 교훈은 벌써 잊은 듯하다. '슈퍼 여당'이 탄생하고 제1야당이 참패한 총선에서 국민은 '실용'을 선택했다. 진영논리로 갈라선 여야를 선택하지 않았다. 내 삶, 내 가족의 삶, 내 이웃의 삶을 위한 실용적 안정이 표심을 갈랐다.

지금은 어떠한가. '176석'의 거대 여당은 거침없는 독주로 총선 승리를 만끽하는 중이다. 협치를 위한 야당의 설득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야당의 지적처럼 되레 '자만과 오만'으로 비쳐지는 발언들만 난무한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연일 사퇴를 촉구하는 듯한 공세에 몰두하는 여당 의원들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목적'이 옳다고 해서 '수단'이 정당화 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오죽하면 '군사독재' 대신 '민주독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여당 소속 박범계ㆍ윤준병 의원의 발언이 전ㆍ월세 논란에 기름을 붓다가 역풍을 맞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5분 발언' 신드롬에 대응하고자 '나는 옳고 당신은 틀리다'는 전제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하고 내뱉은 결과다.


윤 의원의 발언은 사실 통합당으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그동안 통합당 의원들의 발언이 얼마나 공감을 얻지 못했으면 5분 발언 정도가 반향을 일으켰을까. 고성과 근거가 없는 의혹,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쳤지만 결국 자기 과시용에 불과했을 뿐이다. 국민적 공감대는 얻지 못한 채 말이다.


국회의원을 일컫는 다른 말이 '선량(選良)'이다. 뛰어난 인물을 뽑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작금의 선량들은 합리적 사고와 상식을 거부한다. 인문학적 통찰력과 공감능력은 바닥 수준이다.


새누리당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돌이켜보자.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보수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반향이 컸다. 보수의 자기성찰과 개혁적 보수가 나아갈 철학을 명확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보수 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대변한 맞춤형 연설이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레전드 연설'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단순히 콘텐츠를 보여주기만 하는 플랫폼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유효기간을 훌쩍 넘긴 콘텐츠만 반복하고 국민 눈높이와 상관조차 없는 그들만의 발언에 천착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기업의 경우라면 바로 파산이다. 선량들의 '아무 말 대잔치'를 지켜보는 일도 이제는 지겨울 따름이다.


윤 의원 발언의 여파로 4일 국회는 모처럼 볼썽사나운 정쟁보다는 여야 의원들의 '토론 배틀'이 이어졌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는 일이나 하룻낮 보여준 여야의 메시지 경쟁이 더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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