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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사라진 민주당? 토론 없는 거대 與, 비판 고조

최종수정 2020.08.04 13:57 기사입력 2020.08.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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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 입법 속도전…'토론·설득 뭉갠다' 비판 여론
토론 강조했던 '노무현 정신' 사라졌다는 지적도
통합당 의원들 "민주당 표결 중독 빠진 것 같다" 유감
민주당 내부서도 자성 촉구 목소리
서울 민심 어디로…정당지지율 서울서 통합당이 민주당 앞서

5공 비리 청문회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 연합뉴스

5공 비리 청문회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의가 있으면 반대 토론을 해야 합니다!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가 어디 있습니까?"


1990년 1월30일 노무현 당시 통일민주당 초선 의원(이하 존칭생략)이 같은 당 김영삼 총재가 보수대연합 취지로 집권 여당 민주정의당과 신민주공화당과 합당하기로 발표하자 이에 반대 의견이 있다며 외친 말이다.

그러나 토론 기회를 달라는 노무현을 비롯한 반대파의 요구는 묵살됐다. 앞자리 대의원 석에서 "재청", "삼청"이 나오자 의장은 직권으로 "박수로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찬성파 대의원들의 박수가 터졌다.


반대파는 "만장일치는 사기다, 무효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자 의장은 "거의 만장일치"라고 결과를 정정하고 서둘러 산회를 선포했다. 개회 후 의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5분이었다.


故 김종필 전 총리가 1990년 1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당시 민주당 총재와 함께 3담 합당을 발표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故 김종필 전 총리가 1990년 1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당시 민주당 총재와 함께 3담 합당을 발표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노무현은 이후 자신과 의견이 같은 의원 7명과 민주당을 창당했다. 소속 의원은 노무현을 포함 8명에 불과해 '꼬마 민주당' 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꼬마 민주당은 현재 176석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다.

노무현이 반드시 토론을 해야 한다며 의견을 개진했던 그 당이 지금은 토론과 설득을 뭉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통합당에 밀려났다.


민주당은 전날(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부동산 관련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선출을 위한 후속 법안,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인 일명 '고(故) 최숙현'법 등을 처리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할 법안심사2소위를 구성해 토론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과 소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국회법에 저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맞서며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소위원회는 방대한 양의 상임위 소관 사항을 분담해 심사하기 위한 제도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소위 개편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법안 처리 과정에 돌입하면 민주당과 통합당은 번번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날 법사위에서 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법 57·58조에 따라 소위 '축소심의'를 생략할 수 없다며 체계·자구 심사를 할 법안심사2소위 구성을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예결소위 문제로 소위 완전 구성이 아니므로 전체회의서 체계자구심사를 완료해 본회의로 바로 넘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안을 표결 처리에 붙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하명처리 국회가 거수기냐, 의회독재 국회파행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을 외치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하명처리 국회가 거수기냐, 의회독재 국회파행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을 외치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당은 즉각 반발했다.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여당은 소위를 둘 수 있다는 국회법 57조만 해석해서 이야기하는데 저는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며 "(소위 구성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면 20대까지 뭐하러 소위를 뒀겠냐"고 지적했다.


유상범 의원은 "국회 의사과에 확인했더니 소위 구성없이 (법안이) 전체회의를 통과한 사례는 2012년 지식경제위에서 한 번 있었다"며 "8년 만에, 법사위뿐만 아니라 기획재정위와 국토교통위, 운영위 모두 소위를 구성하지 않고 다수당 일방진행으로 모든 법이 통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과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표결 중독에 빠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사위는 고도의 전문성과 법 완성도를 위해 심도있는 토론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앞으로 계속 법사위가 몇 번 토론하고 표결, 이렇게 하면 법사위는 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의 표결을 지양해야 한다. 최숙현법 이후 부동산법, 종부세법은 전부 표결을 작정한 것 아니냐. 이렇게 표결 중독에 빠져서 어떻게 법사위의 전문성을 발휘하냐"고 거듭 비판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되자,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되자,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수결'을 명분으로 사실상 표결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에 쓴소리를 냈다.


이어 "국회에서 협치가 중요한 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좀 더 효과적으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정치의 양극화가 심각한 시대적 상황에서 협치하려는 정치인의 용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노웅래 의원도 부동산 입법 처리 과정에 대해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노 의원은 30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176석의 의미는 힘으로 밀어붙이라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 일하라는 뜻"이며 "지금의 상황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심을 잃은 게 아니냐 하는 지적도 있고 과거 지금 한나라당 때 그 권력에 취해서 오만에 보였던 모습과 같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심기일전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보궐선거, 그리고 대선, 지자체 선거도 우리한테는 큰 위협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통합당이 43주 만에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7∼2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1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는 통합당이 40.8%로 나타났다. 민주당(31.4%)에 비해 9.4%포인트 앞질렀다.


이는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가 확산한 지난해 10월 2주차 조사에서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33.8%를 기록하며 오차 범위 안에서 민주당(32.5%)를 앞선 이후 43주만이다. 10월 3주차부터는 민주당 40.0%, 통합당 35.7%로 재역전됐고 이후 민주당 우위 추세가 지속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토론을 즐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입법 속도전에 나선 민주당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10년 이상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40대 회사원 A 씨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은 필수요소다. 특히 토론을 즐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면서 "법안 처리도 좋지만 '수단', 그 과정이 문제가 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 그 사람들의 반대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지자 30대 직장인 B 씨는 "솔직히 거대 여당의 폭주로 밖에는 안보인다"면서 "이런 모습을 원해서 지지한 것은 아니다. 이건 민주적 절차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의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교섭단체 중심 관행에 기대어 오다가 협상이 결렬되자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해놓고는 대화와 토론의 원칙도 깡그리 무시했다"면서 "7월 임시국회로 국회 개혁의 필요성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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