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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저 방송하는 사람이거든요"…박수인의 그날[골프장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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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보도에서 담지 않았던 박수인, 캐디, 골프장 관계자들과의 대화 공개
'갑'은 존재하지 않고 '을' 만이 남은 논란

배우 박수인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 사이프러스홀에서 골프장 갑질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배우 박수인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 사이프러스홀에서 골프장 갑질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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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저 방송하는 사람이거든요. 무시해도 되나요?”(박수인)


골프장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여성은 경기보조원(캐디)에 대한 강한 불만을 말하며 당사자를 바꿔 달라고 했다. 직접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캐디에 대한 처벌도 요구했다. 골프장은 대신 사과했다.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유명하지 않은 배우"인 자신을 철저히 ‘을’이라고 칭하며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항변했지만, 배우임을 먼저 밝힌 건 박수인 자신이었다. 골프장은 그제야 그가 배우임을 정확히 알았다고 했다.

박수인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피력했다. 본지 단독 보도에 관해서는 오보라며 정정보도를 하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본지의 첫 보도를 할 당시 다각도의 취재는 부족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 보도에서 담지 않았던 해당 캐디, 골프장 관계자, 박수인과 나눈 대화를 상세히 싣는다. (대화체는 박수인과 캐디 등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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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19일

“단체로 오셨고 남성분 셋에 여성 한 분이 오셨어요. 여성분이 박수인씨였고요. (타구)거리가 50미터 정도였으니 일행인 남성분들을 따라잡으려면 (홀마다) 5~6번 치셔야 했죠. 그러니까 당연히 진행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어요. 뒤 팀에서 (재촉) 문자가 오더라고요. 마음이 급했어요. 빨리 비워줘야 하니까. 보통 골퍼분들은 코스에 미리 가 계시는데 박수인씨는 계속해서 일행과 대화를 나누시더라고요. 롱 홀이 비어있길래 걸어가시라고 한 번 정도 간접적으로 유도했는데 기분이 나쁘셨나 봐요.”(캐디)


박수인 “‘저 언니 왜 저래? 앞에 밀리는데 왜 사람 재촉하는 거야?”

박수인은 캐디를 지척에 두고 옆에 앉은 일행에게 이같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캐디 “제가 롱홀이 비어서 마음이 급했나 봐요. 죄송합니다”


일행 “(박수인에게) 그만해. 캐디님 마음 상했겠다.”


이후 캐디는 박수인 일행을 재촉하지 않았다. 15년째 경기보조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일을 겪었다는 캐디는 일행이 마음 상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무사히 돌자는 마음으로 일과 관련된 대화 외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반 마지막홀에서 앞 팀이 그린의 홀아웃을 하고 있었다.


박수인 “(일행에) 이것 봐. 어차피 앞 팀 만나잖아.”


캐디는 박수인이 자신에게 감정이 상했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고, 각별히 행동에 유의했다고. 통상적으로 캐디에 불만이 생기면 골프장 측에 교체를 요구하게 마련이고, 이런 일은 당장 라운딩 제한 등으로 이어져 수입이 줄어들 수 있는 부분이기에 더 긴장했을 상황.


캐디 “혹시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박수인이 없는 사이, 일행에게 물었다.


일행 “아, 연예인이라서 대우만 받아서 그래요. 하하”


일행은 오히려 캐디를 다독였다. 후반에는 홀 전체가 비도록 진행이 더뎠다. 오죽했으면 앞팀에서 걱정된다며 전화까지 왔다. 그런 경우는 드문데 마음이 급해졌다.


“진행에 협조 바랍니다.”(팀 문자)


캐디는 매 홀 문자를 받아야 했다.


“애가 탔지만, 골퍼분들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고 (진행을) 도와줄 의지가 없었어요. 뒤 팀에 미안하지만, 손님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말자는 마음에 가만히 있었습니다.”(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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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는 자신을 교체할까 염려해 눈치를 살폈다고 했다. 그러나 박수인은 캐디 교체를 요청하지 않았고, 일행 중에서도 교체를 요구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경기를 마친 후 박수인이 그린피를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다.


“그 자리에 지인을 통해 사람들을 소개받는 자리였기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차마 그 사람들 앞에서 (캐디)교체를 요구할 수는 없었어요. 모임은 저녁 식사로 이어져서 강남 논현동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박수인)


귀가한 박수인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을 만큼 속앓이를 했다. 분했고 억울했다는 것.

2020년 6월20일

박수인은 다음날 골프장에 전화를 걸어 캐디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고객님, 우선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골프장 직원)


박수인은 캐디 본인과 직접 통화하길 원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골프장 측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우선 사과했지만, 캐디의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었다. 고객과 캐디 간의 분쟁을 부추겨서도 안 된다고 판단한 것. 이후 박수인은 캐디의 사과를 받기 위해 계속해서 골프장에 전화를 걸었다.


“저희는 고객의 전화를 먼저 끊을 수가 없습니다.”(골프장 직원)


캐디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수인은 전화기를 붙잡고 3분, 때로는 5분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또다시 한참 이야기를 하고 또 이야기를 계속했다. 전화는 이후 수십 통 계속됐다.


“골프장은 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불친절한 태도에 인격적 모욕과 억울함을 느꼈다. 이렇게 무시를 당하고 넘어가야하냐고 물었냐고 했더니 방법이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박수인)


이후 골프장 측은 해당 캐디에 관해 접수된 민원의 전후 상황 파악에 나섰다. 민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건 당연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박수인처럼 배우로서 방송에 나온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캐디도 각자 스타일이 다 있고요. 골프장은 (대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캐디가 경기 진행을 위해 계속해서 독촉했다고 했지만, 해당 캐디는 평소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의아했죠. 그래도 민원이 접수됐으니 조사를 했습니다. 해당 캐디는 골프를 마친 다음날부터 공식 불만을 접수할 정도로 고객의 불만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박수인씨의 거리가 50미터도 안 나오고 계속 셀카를 찍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로도 캐디의 명백한 잘못을 가려내기 힘들었습니다.”(골프장 직원)


박수인의 전화는 계속됐다.


박수인 “캐디가 일을 못 했으니 캐디피를 돌려주셔야죠.”


박수인은 기자회견에서 “골프장에 처음부터 환불을 요구한 건 아니었다. 마지막 통화에서 제가 이렇게 무시당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환불이라도 해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수인씨가 전화를 걸어 말로만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뭘 해줄 수 있냐고 물었고, 계속해서 환불을 요구했다.”(골프장 직원)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통화에서 환불해달라"고 한 번 말한 것처럼 밝혔으나 사뭇 다른 대목이다. 이후 박수인이 수십통 전화를 걸어온다는 걸 알게 된 캐디는 골프장에 자신이 캐디피를 돌려줄 테니 전화가 또 오면 환불해주겠다고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 이후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2020년 6월28일

‘신라 CC 제발 가지 마세요. 쓰레기 골프장에 캐디들은 몰상식에 아주 X판입니다.’


박수인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자신의 SNS에는 해당 골프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이 사진들은 기사가 보도된 후 모두 삭제한 상태) '신라CC' '불친절' 등을 태그했다. 이에 관해 박수인은 기자회견장에서 고개를 숙였다.


“공인으로서 경솔했으며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박수인)


박수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골프장에서 촬영한 사진 여러장을 게재했다. '내가 찍은 거 아님'이라는 태그도 달았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밥 먹을 때 찍은 거에요.”(박수인)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입장이 바뀌었다. 박수인은 ‘플레이하기 전 단체사진, 후반전 노을 앞에서 단체사진 찍은 것이 전부’라며 ‘플레이 중 사진 찍은 일 없음’이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경기 8일 후 SNS에 게재된 사진이다. 환한 미소와 들뜬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경기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고, 경기를 마친 당일 밤 화가 나서 잠을 못 잘 정도였으며, 다음날부터 억울한 마음을 견딜 수 없어 골프장에 캐디의 전화번호와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는 박수인의 주장과 편차가 커 보인다. 사진 속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것으로 봐서 앞서 기자회견에서 밝힌 '후반전 노을 앞에서 단체사진 촬영'한 후에 찍은 사진인지도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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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22일

본지는 박수인과 통화한 골프장 직원 다수와 해당 캐디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사실 확인을 위해 당사자인 박수인에 취재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스케줄을 소화하거나,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기에 문자를 통해 취재를 요청했다.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입니다. 신라CC 골프장 관련 일로 몇 말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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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전송 시간은 오후 3시.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며 취재 협조에 관한 내용을 적었기에 확인한다면 연락이 올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자정 넘어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부재중 전화 이후 전송받은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연락이 없다는 건 취재에 응할 의지가 없다는 것. 침묵은 또 다른 입장 표현이기도 하다. 본인의 입장 없이 기사가 나가더라도 관계 없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사에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었다. 박수인의 말처럼 ‘소속사 없이 홀로 오디션을 보는 배우’였기에. 신상을 지켜주는 게 맞다는 판단에서다.(본지는 후속 보도 역시 익명으로 전했다.)


보도가 나간 후 정확히 두 시간 만에 전화가 걸려왔다.


박수인 “제가 문자나 전화 확인을 잘 안 하거든요. 그래서 어제는 못 봤어요. 원래 스타일이 그래서. 제 지인들은 다 알아요.”


전화 확인을 하지 않았다던 박수인은 통화 도중 말을 바꾸기도 했다.


박수인 “(문자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박수인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가 전화를 딱 한 번 했을 뿐이고 사실확인을 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아 기사 내용이 진실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임”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인은 변호사를 대동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본지의 기사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도 모자라 형사처벌 가능성 운운하며 겁박을 하려 한 것이다.


기사의 '정정'이란 사실이 아닌 것을 바로잡는 것을 말한다. 허나 면밀한 취재 과정을 통해 작성한 기사를,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일방적 주장에 따라 정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본인과의 통화에서 분명히 밝힌 부분이기도 하다. 본지는 첫 보도 이후 박수인의 말을 토대로 다시 사실 확인에 나섰다. 그 사이 박수인은 다수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충분히 밝혔고, 기사가 쏟아졌다.


2020년 7월23일

기자 “왜 본지 최초 취재 요청에는 응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다른 매체들과 인터뷰를 활발하게 하시는 건가요?”


박수인 “(아시아경제 첫 보도 후) 최초 보도해주신 기자님은 제가 매니저처럼 믿고 따르는 분이거든요. 제 입장을 잘 전해주실 거 같아서 응하게 됐습니다. 실명도 제가 밝히겠다고 했고요.”


이후 박수인은 본지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입장을 실어달라고 요구했다. ‘갑질’이라는 표현을 수정해달라고 했지만, 본지 최초 보도에서 ‘갑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갑질 여배우'라는 수식어는 오히려 자신이 실명을 밝히고 여러차례 다른 언론사들과 인터뷰 과정에서 확대 재생산 된 것으로 확인된다). 박수인의 입장을 다룬 후속 기사를 작성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왔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박수인 “사람 무시당한 기분이 스트레스잖아요. 억울한 상황이었는데. 오죽했으면 내 돈으로 내가 결제를 했다니까. 그런데도 욕을 먹으니 기분이 상해서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어서.(중략) 현장에서 말을 못 한 게 한이 맺혀요. 나 그런 캐디 처음 봤어. 싸가지가 없더라니까. 캐디가 거짓말 한 거라니까요. 일행이 다 들었는데.”


기자 “반말은 하지 마시고요. 인터뷰잖아요.”


(30분 후 다시 통화)


박수인 “아무 말 하지 말고 제 말만 들으세요! 최초 기사 하단에 제 입장을 관련기사로 묶어주세요. 사이트에 뜨게끔이요. 왜 첫 보도만 (포털에) 계속 떠 있는 거에요? 그 아래 제 입장기사 나온 거(다른 언론사)를 묶어주세요. (중략)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거에요.”


기자 “그런건 포털에서 하는 일이에요. 저한테 이야기할 부분이 아닙니다. 앞서 충분히 이야기해주신 수인씨 입장은 후속 기사로 다루겠습니다. 전화를 끊으셔야 제가 기사를 작성할 수 있어요.”


(중략)


박수인 “제가 유명한 배우였어도 저한테 이렇게 하셨겠어요?”


본지는 박수인의 반박 입장을 충분히 들었다. 첫 보도에서 박수인의 입장을 듣지 ‘못했기에’ 이후 전해온 입장을 기사로 다루는 게 맞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유명한 배우이든 아니든 말이다.


이하 박수인의 반박 입장을 다룬 7월24일 본지 보도기사.

박수인은 "캐디가 경기 도중 내게 빨리 진행하라고 반말로 재촉해 화가 났다. 우리보다 앞선 두 팀이 밀려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재촉했다. 거리가 50미터 정도로 짧기도 했지만, 기분 나빠서 카트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캐디가 저를 어리다고 본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트집을 잡았다. 무시하는 듯한 감정이 느껴졌고 서둘러 다음 코스로 걸어갔다. 내가 반말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간 후 돌이켜보니 더욱 화가 났다고 한다. "잠이 안 올만큼 화가 났다. 결국 다음날 골프장에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다. 사실 내가 원한 건 캐디의 사과였고, 그에 걸맞은 조치를 회사로부터 받기를 바랐다. 골프장 관계자는 해당 캐디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등 페널티를 주겠다고 말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과 상의한 끝에 인스타그램과 골프장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박씨는 "살면서 항의 글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오죽 화가 나고 불쾌했으면 영수증까지 촬영해 올렸겠나. 더욱이 제 항의에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서 더 화가 났다"면서 "지금도 환불과 캐디의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배우 박수인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 사이프러스홀에서 골프장 갑질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배우 박수인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 사이프러스홀에서 골프장 갑질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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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30일

박수인은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63컨벤션홀에서 변호사와 기자회견에 나섰다. 기자는 현장에 참석해 직접 입장을 들었고, 그의 주장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본지는 이날 비로소 '골프장 여배우 박모씨'가 아닌 '박수인'이라는 이름을 기사에 처음으로 사용했음을 알린다.)


박수인은 기자회견 이틀 전, 다수 기자에 문자메시지와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기자회견에 와 줄 것을 요청했다. 자신의 SNS에 글도 남겼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63컨벤션 사이프러스홀을 대관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정작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방역 당국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체온 측정, 좌석 간 거리두기, 문진표, 방명록 작성 등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느라 다수의 안위는 뒷전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략 50~60명 취재진이 현장에 운집한 실내행사였기에 당국 권고 사항을 준수했어야 맞다.


특히 방명록 작성을 생략했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인원 파악이 불가할 터. 영등포보건소는 "집회 전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접수된 내용이 없다"며 "본인 조사를 진행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등포구청은 "내용을 확인했으며 해당 시설에 방역 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제가 진짜 갑이라면 이렇게 당하고 살까요. 꿈을 허위 기사로 인해 무참히 짓밟힌 상황에 처해져 진실을 밝히고자 합니다. 논란에 휩싸인 딸을 본 투병 중인 아버지가 저를 걱정하시고...”(박수인)


“필드에서 캐디는 을의 입장이에요. 환불을 요구하면 해드릴 수밖에 없고요. 자꾸 자신을 무시하셨다고 하니까. 잘못한 게 없는데. 이제 손님을 만나러 나가면 크게 위축이 되고 눈치도 많이 보이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나가야 할지...”(캐디)


현재 캐디는 박수인의 기자회견에 상당한 충격을 받아 병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수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냈다. 배우인 박수인의 주장과 본지 보도에 대한 반박 내용은 기자회견 이전에도 이미 수많은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지만, 캐디의 주장과 목소리를 담으려는 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캐디는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박수인처럼 기자회견을 열어서 호소할 수도 없는 처지다. 골퍼를 돕는 서비스가 주업무인 '을 중의 을'로 살아가는 이를 향해, 배우가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온 국민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법적 판단까지 구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며 온당한가. 기자는 유일하게 캐디의 목소리를 들었기에 양측 모두의 목소리를 전했을 뿐이다. 어느 주장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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