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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는 몰랐다'는 서울시 공무원들

최종수정 2020.07.15 11:33 기사입력 2020.07.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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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서울시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서울시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신고를 해 온 적도 없고 고소인이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거쳐간 비서직만 십여명은 될 텐데, 짐작되는 직원들을 불러다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 직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처리 담당인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사태 파악이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3일 피해자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후에도 "우리는 몰랐었다"고만 했다. 고 박 전 시장은 임기 중 여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만들기, 성폭력 예방과 여성권익 보호, 실효성 있는 가정ㆍ아동ㆍ출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줄곧 여성가족정책실 조직을 확대ㆍ강화해 왔다.

또 다른 시 고위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시장) 실종 전날 비서실장ㆍ젠더특보 등과 긴급회의를 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며 "비서실 내부에서 일어난 사적인 일이니 보좌진(별정직)들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며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고 박 전 시장이 기용했던 비서실장과 보좌관ㆍ비서관 등 별정직 공무원 27명은 지난 10일자로 모두 면직 처리됐다. 장례 일정까지 함께 했던 이들 상당 수는 현재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한 상태다. 공보특보, 젠더특보, 각 위원회의 자문관 등 고 박 전 시장이 외부에서 기용한 임기제 간부들 역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권한대행을 하게 된 행정1부시장은 과거 비서실장 재직 당시 피해자와 함께 근무했던 사실이 거론되자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공무원노조는 성명을 통해 "실체적 진실 규명은 수사ㆍ사법 기관의 몫이라 해도 고인을 보좌해 온 인사들의 잘못도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정책의 큰 틀을 설계하고 시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이들이 시장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의혹을 사전에 몰랐다면 이는 업무를 소홀히 했거나 불찰이 큰 것이다. 동시에 이 같은 의혹을 조금이라도 인지했는데도 이를 덮으려 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 또한 무겁게 따져야 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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