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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면접 보겠다" 집주인 분노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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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2법 부작용 나오나
세입자 권한 강화 압박에 보증금 인상, 월세 전환 등
'을이 되지 않는 법' 공유
"결국 세입자들에게 피해"

"세입자 면접 보겠다" 집주인 분노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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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처럼 한국도 세입자 면접을 봐야 하는 시대가 왔다. 연봉이 적힌 근로계약서나 자기소개서는 필수다. 애완견을 키운다거나 깨끗하게 쓸 것 같지 않은 세입자는 거르겠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R아파트를 세놓은 A씨는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세입자를 가려 받겠다는 생각이다. 임차인 보호에만 치중한 법에 맞서 집주인으로서 지킬 건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검증을 거쳐 세입자를 신중히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영등포구 당산동 P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세를 놓아 세입자로부터 '착한 집주인'이라는 말을 듣던 B씨는 최근 생각을 바꿨다. "원만한 관계를 원해 세입자가 바뀔 때만 전세금을 올렸는데 이제는 계약 갱신마다 5%씩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임대차 3법으로 세입자 등쌀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기존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부모님을 입주시키는 것도 고려 중이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3법으로 세입자 권한이 대폭 강화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잇따라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세입자 보호를 이유로 임대인의 권리와 사적 계약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킨 데 대한 대응이다. 세입자가 원하면 귀책사유가 없는 한 한 차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이때 임대료는 기존 계약의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세입자 천국'으로 불리는 독일은 세를 얻을 때 3개월간의 임금과 여권 사본, 신용 등급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다. 면접에서는 흡연 여부나 애완동물 유무 등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도 통보해야 한다.


여기에 일부 여당 의원이 주택 상태를 기준으로 적정 임대료 수준을 산정하는 '표준임대료' 도입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권한 강화' 법안까지 무차별적으로 추진하면서 집주인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임대차 3+2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들은 이달 중 열릴 임시국회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집주인은 정부가 임대인들을 '집 가진 죄인' 취급한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을'이 되지 않기 위한 각종 해법을 공유하고 있다.


자주 언급되는 것은 법 개정 전 전세금 올리기다.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면 임대료 인상 상한선이 5%로 제한돼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갱신마다 전세금을 올리겠다는 이들도 나왔다. 서울 당산동 공인 관계자는 "무차별적 입법에 시세보다 싸고 안정적이게 임대하던 선한 집주인까지 자극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아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반 토막이 나는 데다 청약 대기 등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이라 월세 전환은 전세난을 더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2456가구에서 내년 2만2977가구, 2022년 1만3419가구까지 쪼그라들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릴 경우 시중의 전세 물건이 돌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유통 가능 물량이 적어지면 그만큼 거래에서 임대인이 우위를 차지하게 돼 오히려 임차인의 선택권이 더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마치 취업시장의 구직자 면접처럼 세입자 면접을 보겠다는 집주인이 등장하는 이유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세입자들조차 "능력 있는 사람만 전셋집을 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맘카페에서는 '애가 많은 집은 집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다. 보증금 급등은 막을 수 있겠지만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갑과 을의 지위가 더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입법 추진으로 집주인들을 압박하면 집수리 비용의 자체 해결 등 계약 시 특약을 넣는 식으로 세입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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