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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vs "전쟁영웅" 백선엽 친일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종수정 2020.07.11 15:01 기사입력 2020.07.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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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별세…향년 100세
'친일행적' 꼬리표…'현충원 안장' 갈등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 4분께 별세했다. 향년 100세. 1920년 평남 강서에서 출생한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군 소위로 임관하면서 군문에 들어온 뒤 6·25전쟁 때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사진은 2018년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서 생각에 잠긴 백 장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 4분께 별세했다. 향년 100세. 1920년 평남 강서에서 출생한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군 소위로 임관하면서 군문에 들어온 뒤 6·25전쟁 때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사진은 2018년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서 생각에 잠긴 백 장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백선엽 장군이 지난 10일 밤 100세의 나이로 별세한 가운데 백 장군 업적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놔 갈등을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백 장군이 별세한 데 대해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 고인이 6·25 전쟁에서 세운 공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과거 친일 행적도 분명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반면 통합당은 백 장군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살아있는 6·25 전쟁 영웅, 살아있는 전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가장 존경하는 군인. 백 장군을 지칭하는 그 어떤 이름들로도 감사함을 모두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백 장군 업적을 두고 정치권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백 장군의 유가족들은 대전현충원에 안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현충원 안장 여부를 결정 짓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백 장군의 과거 친일 행적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 장군 친일 행적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 장군 생전부터 그의 현충원 안장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친일 파묘'(破墓·무덤을 파냄) 법안을 준비하면서 백 장군을 언급, 그의 현충원 안장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당선인 신분인 지난 5월24일 같은 당 김병기 당선자 등과 함께 지역구 내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가 개최한 '2020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행사에 참여해 백 장군 현충원 안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묻힌 자들도 문제지만 앞으로, 예를 들면 백선엽의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서 "파묘 문제를 법으로 매듭짓지 않으면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 역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파묘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작년까지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친일파 파묘' 법률안이 통과가 안 됐다"고 했다. 이어 "현충원에 와서 보니 친일파 묘역을 파묘하는 법률안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법안 배경을 밝혔다.


1953년 8월25일 미군 헬기를 타고 판문점 휴전회담장으로 가는 백선엽 당시 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53년 8월25일 미군 헬기를 타고 판문점 휴전회담장으로 가는 백선엽 당시 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백 장군의 친일 행적 논란은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에서 비롯했다. 그는 1943년 4월 만주국군 소위로 임관한 뒤 2년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간도특설대는 '조선 독립군은 조선인이 다스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대대장 등 몇몇 직위를 제외하고 조선인으로 채워진 특수부대다. 일제의 패망으로 부대가 해체할 때까지 독립군 말살에 앞장섰고, 그 활동이 특히 악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이 오르며 논란이 되기도 한 백 장군은 2010년에는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해 '명예원수(元帥·5성 장군)'로 추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가 불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백 장군은 지난해 6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내가 간도특설대로 발령받아 부임한 1943년 초엔 항일 독립군도, 김일성 부대도 일본군의 대대적인 토벌작전에 밀려 간도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버리고 없을 때였다"면서 "독립군과 전투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일본어판 자서전에서 간도특설대 근무 시절 조선인 항일 독립군과의 전투 등을 기술한 데 대해서는 "1930년대 간도특설대 초기의 피할 수 없었던 동족 간의 전투와 희생 사례에 대해 같은 조선인으로서의 가슴 아픈 소회를 밝혔던 것"이라고 했다.


백선엽 장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백선엽 장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이런 백 장군 행보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기 때문에 전쟁 때 세운 전공(戰功)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발행된 백선엽씨의 책을 보면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만주군 간도특설대 시절 본인의 친일행적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며 백 장군 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백 장군님은 6·25 전쟁 영웅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구한 분이고, '6·25의 이순신'이라고 평가해도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법에 따라 조금이라도 피해를 본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백 장군을 위한 자리는 서울 현충원에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에서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다부동 전투에서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는 백 장군의 명령을 언급하며, "그렇게 대한민국을 지켜낸 전설을, 그러나 이 시대는 지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에서 장군님의 삶을 폄훼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을 때도 '국가가 관리하는 곳에 개인 묘지를 만들면 특혜가 된다. 내 묏자리는 대전 현충원으로 결정했다'던 장군은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사신 분이었다"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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