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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손정우 논란, 관련법 따져보니… '단심제' 법조문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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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 절차처럼 명문화 안돼
19년 전 송환결정된 강현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각
당시 대법원 판례로 단심확립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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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검찰은 왜 세계 최대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씨에 대한 법원의 인도 불허 결정에 재항고하지 못할까. 관련 규정인 범죄인 인도법을 살펴보면 '범죄인 인도심사와 청구 관련 사건은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의 전속관할로 한다'고 정했을 뿐 법원 결정에 불복할 수 없다는 조항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명백한 규정이 없다면 검찰에서도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지 않을까. 20여 년 전 해당 물음에 대한 답을 요구하며 재항고 절차를 밟은 범죄인이 있다.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이 발효된 1999년 12월 이후 양국 간 첫 송환 사례로 기록된 강현구(미국명 에디 강)씨다.


미국 시민권자였던 강씨는 1999년 강도ㆍ강간 등 45개 혐의로 기소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서 징역 27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보석으로 일시 석방된 뒤 한국으로 도피했다. 미국 연방법무부는 우리 정부에 강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강씨는 관련 절차에 따라 2001년 9월 서울고법에서 인도심사를 받았다. 당시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한 차례 재판 끝에 강씨의 미국 송환을 허가했다. 강씨로선 도피 2년 만에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 죗값을 치르게 된 것이다.

강씨는 그런데 송환 결정 한달 만인 그해 10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서울고법의 인도 허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대법원에서 심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강씨는 그러면서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도 제출했다. 범죄인 인도법에 허가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헌법 제27조 1항 소정의 재판을 받을 권리, 동법 제37조 2항 소정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였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가 열린 서울고법의 한 법정. /문호남 기자 munonam@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가 열린 서울고법의 한 법정.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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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강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형벌권의 확정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소송은 심급제도를 두고 있지만,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은 형사소송법상의 결정이 아닌 범죄인 인도법에 의해 특별히 인정된 경우라고 판단했다. 인도 심사 결과에 불복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해서 위헌 소지가 있는 건 아니란 의미였다. 이 판단에 따라 강씨의 재항고는 자연스레 기각됐고, 강씨는 미국으로 송환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범죄인 인도 심사가 관련 규정 없이 단심제로 이어진 것도 이 판례의 영향"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9일 본지 보도('손정우 美 송환거부' 논란 일파만파… 법무부 불복절차 만드나)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단심제로 운영되는 현행 범죄인 인도 심사에 불복 절차를 도입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서울고법 결정에 재항고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78개국 가운데 우리처럼 인도 심사가 불복 절차 없이 단심제로 이뤄진 국가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으로, 손씨 사례로 촉발된 관련 법안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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