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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6시간씩 일하다 또 숨졌다" 택배노동자 연이은 과로사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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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남서 택배노동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일 평균 16시간 노동
코로나19로 인해 물량 급증하면서 노동 강도 심화
근로기준법 위반 빈번…업무시간·수당 등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택배노조 "재발방지 대책 조속히 만들어야"

서울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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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인해 대면 쇼핑이 줄어든 반면 택배 등 비대면 서비스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라 발생, 이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씨제이(CJ)대한통운의 경남 김해 한 대리점에서 일해온 서형욱(47·남)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서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물량이 급증하면서 하루 16시간씩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망하기 두 달 전부터 가슴에 통증을 느꼈지만 일 때문에 병원에 갈 여유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에 쫓겨 건강에 위협을 받다가 급기야 사망에 이르는 건 서씨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광주에서 40대 택배 노동자가 하루 평균 600개가량의 물량을 처리하다 돌연사했다. 그는 정해진 택배량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 평균 14시간씩 고된 업무를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3시간 22분이다.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 수요가 늘면서 업무량이 덩달아 증가해 노동 강도가 심화한 것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노동 환경 개선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택배 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 분류된다. 따라서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임계약 또는 도급계약에 따라 고객을 찾거나 노무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아 생활하는 개인사업자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근로 및 휴식시간을 비롯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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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8일 대형 택배 회사 4곳의 11개 물류센터와 17개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 조건의 기준을 정해놓은 근로기준법 등 위반 행위는 98건이었다.


이 가운데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28건)이 가장 많았고, 근로감독 대상인 17개 하청업체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 수당 체불 금액은 모두 12억여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휴식시간을 적용하지 않은 사례도 8건으로 집계됐다. 6개 업체에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사측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별다른 대응방안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법적인 테두리 밖에 있는 노동자이자 현장에서 '을'(乙)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몸이 아프거나 부당한 일을 당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참는 수밖에 없다.


택배 노동자 김 모(40)씨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좀 쉬게 해달라고 말하면 오히려 '그만두라'는 식으로 대응을 하니 불만을 토로하기 힘들다"며 "법적으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업무량에 대한 압박을 받다 간 계속 사람들만 죽어날 것"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1.5배 정도 늘었는데 택배기사들이 느끼는 노동 강도는 2~3배 가까이 늘었다"며 "일 년에 한 두 번이라도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입구 인근에서 열린 2020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택배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입구 인근에서 열린 2020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택배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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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장시간 고된 노동을 하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면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노동강도가 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을 느끼면 쉴 수 있도록 기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몸이 아플 때 마음 편히 병원에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이전부터 발생해온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복되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답을 내놓아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평소 건강하던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지난 3월 쿠팡 택배 노동자, 5월 CJ대한통운 광주 택배 노동자에 이어 올해만 벌써 3번째 사망사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배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휴식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급증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며 "택배 노동자의 계속된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와 택배회사는 고인의 죽음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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