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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나하고 연락한 흔적 지워” 음주사실 숨기려 한 부사관…도 넘은 해군 ‘제식구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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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나하고 연락한 흔적 지워” 음주사실 숨기려 한 부사관…도 넘은 해군 ‘제식구 감싸기’

최종수정 2020.07.10 10:39 기사입력 2020.07.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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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혐의 받는 후보생, 증거인멸 시도 정황…주변인 진술도 '음주' 입증
해군 측은 당사자 해명만으로 '혐의 없음' 처리…형평성 논란도 불거져
해병대 후보생들도 음주 파티 정황 제보…임관식은 10일 예정대로 개최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아시아경제DB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아시아경제DB


단독[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OO야, 나 XX 원산데. 그 날 들어온 거 말 좀 맞추고, 나하고 연락한 거 흔적 다 지워.”


해군 준사관 임관식을 앞두고 훈련기간 중 생활관에 술을 반입한 의혹을 받는 후보생 A 원사와 후임 부사관 사이의 통화 내용이다. 해군교육사령부가 헌병대까지 투입해 음주사고 전수조사에 나선 사실을 알게 된 A 원사가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까지 빌려 다급하게 증거를 없애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가 입수한 통화 녹취에 등장한 후임 부사관은 훈련기간 중 A 원사의 지시를 받고 ‘무언가’를 들고 생활관을 찾아 A 원사를 만났다.

해군교육사령부에서 발생한 준사관 후보생들의 음주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진술, 통화 녹취 등 음주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한 데도 해군 측은 당사자들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을 내리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7월7일 보도 '해군, 술 마신 부사관 십여명 더 있다…사상 초유 임관식까지 연기' 참조


RFID 출입 기록, 주변인 진술은 ‘음주’…당사자들만 ‘부인’

9일 해군과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따르면 해군은 지난 7일 이번 음주사고에 연관된 이들의 퇴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교육평가위원회를 개최했다. 음주 혐의로 이날 교육평가위에 참석한 후보생들은 총 10명. 앞서 퇴교 조치된 부사관 3명과 주류 반입을 도운 부사관들의 진술에서 음주를 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6명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들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고, 이를 반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주류 반입 사실이 확인됐고, 이를 방관한 1명과 외부인을 접촉한 1명은 혐의가 인정됐으나 이들 또한 퇴교는 피했다. 해군은 이들에게 과실점을 부여하고 특별과업을 하도록 조치했다. 사실상 솜방망이 징계인 셈이다.

일찍 적발된 이들은 ‘퇴교’, 늦게 적발된 이들은 ‘벌점’…오락가락 처벌 기준

이 같은 처분을 두고 해군 내부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퇴교 조치된 3명의 경우 교육평가위에는 참석도 못한 채 소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중징계 처분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것. 해군 기초군사교육단 양성평가예규에 따르면 사건·사고 발생 시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을 피할 수 있도록 최종 소명할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군 측은 이들이 음주사실을 인정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평가위에 회부도 하지 않고 퇴교 조치했다.


뒤늦게 음주 정황이 포착돼 7일 교육평가위에 회부된 10명의 부사관들에 대한 처분 자체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본지가 입수한 ‘준사관후보생 음주 관련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B 후보생은 앞서 퇴교 조치된 C 후보생이 상습 음주자로 지목한 인물이다. 또 사건 발생 후 진행한 사전 인터뷰와 1차 진술서, 2차 진술서 모두 상반된 내용으로 작성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황이 충분한데도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았다.


훈련기간 내내 높은 평가를 받으며 후보생 대표자로 지낸 D 원사도 마찬가지다. 후임 부사관인 E 상사와 F 상사가 나란히 6월21일과 24일 소주 640㎖와 캔맥주 4~6개를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나, 해군은 이를 부인한 D 원사의 진술만 수용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꼴…객관성마저 잃은 해군

이처럼 같은 음주 정황을 놓고도 정반대의 처분을 내놓자 앞서 퇴교 조치된 3명의 부사관들은 행정소송과 인사소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퇴교 조치된 이들의 경우 임관 자체가 무효가 돼 기존의 계급을 유지해야 하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이대로 임관식에 임할 경우 준위 계급장을 달게 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해군의 초동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후보생들의 비위 행위를 처음 접수한 해군은 후보생들의 교육을 총괄하는 기초군사교육단에서 조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번 훈련기간 중 후보생 일부가 흡연을 하다 적발됐으나 과실점만 부여하는 등 제대로 된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발생하자 해군교육사 감찰실이 투입돼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흡연 또한 음주와 마찬가지로 퇴교 대상에 해당하는 A급 과실이다. 그러나 10여명을 추가 적발한 해군교육사의 감찰 조사 결과와는 달리 기초군사교육단 간부들로만 이뤄진 교육평가위에서 이들에 대한 퇴교 조치는 부결됐다.

해군 미진한 대응 중 또 다른 음주사고 제보…임관식 강행한다는 해군

더욱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이튿날인 8일 오전에는 또 다른 음주 사고 제보가 해군교육사 감찰실에 접수됐다. 훈련기간 중 함께 훈련받은 해병대 소속 준사관 후보생 중 생일자가 있어 생활관 내에서 생일 파티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도 주류가 반입돼 술판이 벌어졌다는 것. 이번 준사관 후보생 훈련 인원 66명 가운데 해병대 소속은 모두 13명으로, 제보에 의하면 이 중 2~3명을 제외한 인원이 생일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를 접수한 해군교육사 감찰실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재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해군은 오는 10일 오후 2시 예정대로 제61기 준사관 후보생 임관식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음주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준위의 경우 직별 자체가 다른 탓에 강등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임관식 이후 이들에 대한 처벌은 견책 등 경징계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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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교육평가위원회에서 음주를 확실히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추가 퇴교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임관식도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로 제보가 접수된 해병대 후보생들의 음주 건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지 못해 좀 더 확인해보겠다"며 “임관식 이후에도 혐의가 입증된다면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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