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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변화 이끌만한 비건의 '대북 메시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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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외교부 고위급과 연쇄회담 마치고 한국엔 한미 동맹 강조, 북한을 향해 태도 변화 촉구
비핵화 대화 교착, 북한에 책임 넘기기…최선희·볼턴 엮어 "옛 사고방식에 갇혀" 이례적 비판
여론 뭇매 '한미 워킹그룹' 개선, 구체적 협의 안 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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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대화 교착상태 후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한반도의 정세 변화를 이끌 '대북 메시지'는 없었다. 7개월 만에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외교부에서 강경화 장관, 조세영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등과 연쇄 회동을 마친 후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을 향해서는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촉진할 구체적 대안 마련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되레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8일(현지시간) 취임 1년을 맞아 군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북한과 이란을 묶어 '불량국가'로 칭하며 "이들 국가의 공격행위를 억지하겠다"고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미국이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촉구하면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동시에 높이는 모양새다.

이목이 집중됐던 비건 부장관과 이도훈 본부장의 북핵수석대표 협의 직후 나온 언론브리핑에서는 북ㆍ미 대화 재개를 위한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8일 한미 수석대표인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정작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했다. 비건 부장관은 "남북협력이 한반도에 더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할 요소라고 믿는다"면서 "한국이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 한국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수석대표 협의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워킹그룹 운영 개선 논의는 주요 안건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대신 북한의 행보를 비판하는 비건 부장관의 직설이 더욱 부각됐다. 교착상태에 있는 비핵화 대화의 책임을 북한에 넘기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그는 북한에 “명확하게 해둘게 있다(let me also clarify one thing)”면서 운을 뗀 비건 부장관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과 마주보고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우리는 북한에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고, 이번 방한은 동맹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엮어 최 부상을 사실상 비토했다. 비건 부장관은 “나는 최선희 부상의 지시를 받지도, 볼턴 전 보좌관의 지시를 받지도 않는다”면서 “북한이 권한 있는 협상 대상을 임명할 때 우리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석대표 협의 후 비건 부장관의 발언을 담은 주한 미국대사관의 보도자료에서는 최 부상과 볼턴 전 보좌관을 묶어 “두 인물 다 가능한 것에 대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옛 사고방식에 갇혀있고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Both are locked in an old way of thinking)”고 비판까지 담았다. 언론 브리핑에서는 뺐지만 이미 작성된 원본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그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도움이 된다면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북한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굿캅', 비건 부장관이 '베드캅' 역할을 분담하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비건 부장관이 대북특별대표보다 국무부 부장관으로 방한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상황관리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협의에서도 상호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9일 청와대 외교ㆍ안보라인과의 비공식 일정을 끝으로 오후에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도착,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며 평통사 회원들의 기자회견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사진공동취재단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도착,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며 평통사 회원들의 기자회견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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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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