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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칩 심어 노동자 감시…섬뜩한 '감시자본주의'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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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사무실 작업장 등 감시장비 보편화
AI 탑재한 CCTV부터 인체 삽입 마이크로칩까지
일각선 '감시 자본주의' 도래 우려도
"기업들 이미 우리 동의 없이 대량의 데이터 수집해"
전문가 "관련 법 재정비 필요"

폐쇄회로(CC)TV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폐쇄회로(CC)TV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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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회사 대표가 직원 동의도 안 구하고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습니다." ,"도난방지용이라면서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고는 정작 직원들을 감시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7일 공개한 'CCTV 노동 감시' 사례 중 일부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6월 말까지 접수된 신원 확인 가능한 이메일 직장 내 괴롭힘 제보 1588건 중 CCTV 감시·부당지시 관련 제보가 181건(11.4%)에 달한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감시로 인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겪거나, 화장실을 제대로 가지 못해 방광염에 시달리는 피해 사례도 있었다.

전자기술이 발달하면서 직장 내 CCTV,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노동 환경을 감시하는 사례가 국내·외로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감시기술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감시 자본주의'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감시기술이 사무실·작업장 등에서 남용될 수 없도록 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직장갑질119는 "과거와 달리 CCTV 가격이 저렴해지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만 깔면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CCTV까지 보급됐다"며 "이제는 CCTV가 직원을 감시하고 약점을 잡아 해고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CCTV를 비롯한 감시기술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CCTV가 더욱 소형화되고 저렴해지면서 직장 내 사각지대가 사실상 없어졌으며, 최근 개발된 제품은 마이크와 적외선 센서까지 탑재해 직원들의 말과 동선까지 추적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직장 내 감시기술 도입이 적극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 자동화연구소에서 지난 6일 인공지능(AI)를 통합한 CCTV로 건설 현장 근로자들을 정확히 인식, 일하는 척하면서 딴짓을 하는 노동자를 골라내는 시스템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미국 미시간주 하원은 기업이 직원의 몸 안에 전자칩을 심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인체에 심어진 마이크로칩 / 사진=인터넷 캡처

지난 1월 미국 미시간주 하원은 기업이 직원의 몸 안에 전자칩을 심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인체에 심어진 마이크로칩 / 사진=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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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도 이같은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일부 기업들은 지난해 직원들의 손에 미세한 칩을 삽입해 생체 정보까지 추적하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미시간주 하원은 지난 1월 기업이 노동자들을 고용할 때 전자 칩 임플란트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직장 및 일상 공간에서 감시기술이 계속 확산할 경우 '감시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감시 자본주의'는 쇼사나 주보프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창안한 용어로, 인간 행동이 만드는 데이터를 기업이 직접 수집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뜻한다.


주보프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라는 책에서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대부분 디지털 제품에 사실상 감시용 센서들이 설치되어 있다면서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들은 우리의 동의없이 대량의 데이터를 다른 회사에 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인간은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였지만, 감시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은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어낼 뿐인 존재로 축소된다"며 "이런 사회에서 정보와 지식을 갖춘 인간은 그렇지 않은 인간에 비해 역사상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권력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성능 CCTV / 사진=연합뉴스

고성능 CCTV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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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개인정보 수집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람을 감시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 근로자를 지켜보거나 감시할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명확히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공공장소에서 CCTV를 설치하고 노동환경을 감시하는 행위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 노동자가 일하는 일반 사무실·작업장 등은 비공개 장소라는 데 있다.


김 변호사는 "CCTV로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인사상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노동 감시 문제가 불거지면 사용자가 '감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입증하도록 증명 책임을 부여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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