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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美 송환 불허… 법원 "국민 법의식에 맞는 처벌 필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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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주문. 범죄인 손정우를 청구국인 미합중국에 인도하지 아니한다."


재판장의 주문에 손정우(24)는 눈물을 훔쳤다. 소리를 내며 울지는 않았다. 온 몸에 기운이 빠진듯 제대로 서지 못했다. 엉거주춤한 걸음거리로 겨우 몇 발자국 움직여 재판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 손모씨 역시 눈물을 보였다. 오열을 참기 힘든듯 눈물을 연신 삼키는 모습이었다. 6일 오전 10시40분께. 손정우에 대한 인도 불허 결정이내려진 서울고법 403호 법정에서다.

미국 사정보다 우리나라 수사가 더 시급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가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 대해 미국 송환을 불허했다. 재판부는 이번 심사의 근본적 원인이 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의 예방과 진압을 위해서라도 손정우를 미국에 인도하지 않고 국내에서 수사해 처벌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철저하고 발본색원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며 "사이트 운영자였던 범죄인의 신병을 대한민국에서 확보해 관련 수사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추가 수집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인이 청구국으로 인도된다면 대한민국에선 웰컴 투 비디오의 국내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미완 상태로 마무될 수 있고, 그 진행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청구국이 범죄인을 인도받아 관련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익이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경우가 더 시급하고 중대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가 이날 밝힌 바에 따르면, 손정우가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면서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4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음란물을 유포했다. 현재까지 이들 유료회원 중 신원이 확인된 건 346명에 달하는 데 223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의 이날 판단은 해당 223명을 포함해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대한민국 국적의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 관련 범죄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자는 의미다. 재판부는 "청구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주도적으로 관련 수사를 보다 철저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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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측 주장 모두 인정 안했지만...

앞서 변호인은 심사 과정에서 ①국내에서 처벌받은 아동음란물 혐의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실제로 없는 점 ②범죄인이 자금세탁 범행을 믿을 만한 개연성이 없다는 점 ③자국민인 범죄인이 관련 범행 일부를 대한민국 영역에서 저질렀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송환 불허를 주장했다. 모두 범죄인인도법에서 규정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례적으로 손정우 측의 '승소'와도 같은 결론을 냈다. 특히 이 가운데 범죄인인도법상 임의적 거절사유에 해당하는 세 번째 사항에 대해서는 이 사건 판단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정우가 범한 자금 세탁 범행이 국적과 상관 없이 다크 웹과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접속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연결된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단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손정우가 자신과 아버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암호화폐 거래소 소재지는 미국과 대한민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 걸쳐 있다. 이 사건 범행이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른바 '전통적인 범죄'나 '대면 범죄'와 다르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가 청구국에 소재한다고 해서 범죄인을 미국에 인도할 것은 아니다"며 "마찬가지로 이 사건 인도범죄의 일부가 대한민국 영역에서 범한 것인 경우임을 이유로 범죄인 인도를 거절할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전제에서 대한민국 영역에서 행한 이 사건 인도범죄 범행에 대해 범죄인을 인도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범죄인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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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강하게 처벌하자' 바람 투영

그럼에도 재판부가 손정우에 대한 인도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아동 성 착취물 관련 범죄에 대한 국내 처벌이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 법의식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이 정립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문에 앞서 이 사건 성격을 밝히면서 이런 바람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의 지대한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된 원인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가 반인륜적이고 극안한 범죄인데도, 그동안 범죄인에 대해 우리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할 정도로 적정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해당 범죄 법정형 자체가 미국에 비해 현저히 가볍고 관련 입법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범죄인을 미국으로 보내 엄중한 형사처벌을 받게 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 법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청구인 검사도 인정했듯이 범죄인을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 인도 제도의 취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건에서는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범죄인에 대해 주도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필요하면 미국과의 국제 형사사법공조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이뤄질 아동 성 착취물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선 피해예방을 위한 적절한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 할 것"이라며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도 종래의 수사 및 양형 관행에서 탈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과 실천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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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석방절차… 父 "죗값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재판부는 주문 말미 인도 불허 결정이 "절대 면죄부가 아니다"라며 손정우에 대해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죄인과 변호인은 '대한민국에서 범죄수익은닉죄에 대해 중형을 선고받더라도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범죄인은 자신의 진술대로 앞으로 이뤄질 수사와 재판 과정에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손정우는 즉각 석방 절차를 밟게 됐다. 손정우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다크웹을 통해 아동 성 착취물을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작년 우리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지난 4월27일 복역 기간을 모두 채웠다. 하지만 2018년 미국에서 범죄은닉자금 세탁 등 9개 혐의로 기소된 손정우에 대해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4월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구하면서 석방되지 못하고 지난 5월부터 범죄인 인도 심사를 받아왔다.


손씨의 송환을 반대해온 손씨의 아버지는 이날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법정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를 본 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자식만 두둔하는 것은 옳지 않고 다시 죗값을 받을 죄가 있다면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들을) 두둔하고 싶지 않다. 죄를 지었기 때문에 국민의 정서와 같게 수사를 잘 받아서 죗값을 치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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