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인도 판사, 성폭행 피해자에 "인도 여성답지 않다"…여성계 '분노'

최종수정 2020.07.03 15:37 기사입력 2020.07.03 15:37

댓글쓰기

"왜 용의자와 함께 술 마시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느냐"
"성폭행당한 후 잠이 들었다는 설명은 인도 여자답지 않다"

인도의 한 고등법원 판사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자에게 "왜 아침까지 용의자와 함께 있었느냐"며 "인도 여성답지 못하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인도의 한 고등법원 판사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자에게 "왜 아침까지 용의자와 함께 있었느냐"며 "인도 여성답지 못하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주 인턴기자] 인도의 한 고등법원 판사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자에게 "왜 아침까지 용의자와 함께 있었느냐"며 "인도 여성답지 못하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일(현지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카르나타카 고등법원의 크리슈나 딕시트 판사는 지난주 기소된 강간범에게 보석을 허가하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에게는 "왜 밤 11시에 사무실에 갔느냐, 왜 용의자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느냐, 왜 아침까지 용의자와 함께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딕시트 판사는 "피곤한데다 성폭행당한 후 잠이 들었다는 (피해자의)설명은 인도 여자답지 않다"면서 "인도 여성들이 성폭행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같은 딕시트 판사의 발언은 인도 여성계는 발칵 뒤집혔다. 인도 국민은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 정의한 '규정집'이나 '지침'이 있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인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도 판사가 보는 이상적인 성폭행 피해자"라며 딕시트 판사를 조롱하는 삽화가 퍼지고 있다.

인도 온라인에는 최근 몇년 동안 인도 법관들이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 했던 발언들에 딕시트 판사의 발언까지 엮어 "이상적인 강간 생존자들이 되는 방법에 관한 인도 법관들의 지침"이라는 제목의 삽화가 퍼지고 있다. 사진='penpencildraw' 인스타그램 캡처.

인도 온라인에는 최근 몇년 동안 인도 법관들이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 했던 발언들에 딕시트 판사의 발언까지 엮어 "이상적인 강간 생존자들이 되는 방법에 관한 인도 법관들의 지침"이라는 제목의 삽화가 퍼지고 있다. 사진='penpencildraw' 인스타그램 캡처.



변호사 아파르나 바트는 인도 대법원장과 대법원 여성 판사 3명에게 개입을 촉구했다. 그녀는 "딕시트 판사의 발언은 최악의 여성혐오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판결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이를 묵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르나타카 고등법원이 있는 방갈로르의 여성인권운동가 마두 부샨은 딕시트 판사의 발언을 두고 "충격적이고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딕시트 판사의 발언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갖는 심각성을 손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샨은 "여성은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것은 법과는 아무 관계 없이 여성의 행동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십 명의 시민자유 운동가, 배우, 가수, 작가, 언론인들과 함께 딕시트 대법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당신(딕시트 판사)의 발언은 성폭력을 정상화하고 성폭행 피해는 여성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며 "성폭행 피해 주장이 거짓으로 입증되지 않았는데 왜 미리 판단하는가. 고등법원 판사가 할 행동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인도에서는 2012년 12월 델리 시내버스 안에서 일어난 한 젊은 여성의 잔혹한 집단 성폭행과 그에 따른 사망 사건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부르고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김봉주 인턴기자 patriotbo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