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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나는 시계 '파텍필립' 비결은[히든業스토리]

최종수정 2020.07.01 14:51 기사입력 2020.07.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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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설계부터 제작 및 조립까지…까다로운 생산공정
고가 제품의 경우 구매자 인적사항·과거 구매내역 서류 제출도
지난 2001년 제네바에 박물관 개장…일반인 상시 공개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가 낙찰가인 3100만 스위스프랑(약 362억9300만원)에 낙찰된 '파텍필립 그랜드마스터 차임'/사진=파텍필립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가 낙찰가인 3100만 스위스프랑(약 362억9300만원)에 낙찰된 '파텍필립 그랜드마스터 차임'/사진=파텍필립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스위스 시계 제조사 파텍필립. 명성만큼이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손목시계로 알려졌다. 고가의 시계 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파텍필립은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매에서 자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계 한 점이 무려 3100만 스위스프랑(약 362억9300만 원)에 낙찰되면서 지난 2014년 파텍필립 회중시계의 세계 최고가 낙찰가인 2323만7000스위스프랑(약 272억2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시계 제조사인 파텍필립, 과연 '억' 소리가 절로 나는 시계 제조사의 비밀은 뭘까.


설계부터 제작까지...전 공정 수작업 제조

명품 파텍필립(Patek Philippe)은 1839년 폴란드 이민 사업가 노르베르트 드 파텍과 시계 제조업자 프랑수아 차펙이 차펙주식회사(Czapek & Co.)를 설립하며 역사가 시작됐다.

설립 이후, 1844년 프랑스 시계 제작자 장 아드리안 필립(JeanAdrien Philippe)이 합류하면서 1851년 오늘날의 파텍필립으로 회사명을 변경하게 되었다. 특히 아드리안은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금메달까지 딴 시계 장인으로 지금의 파텍필립을 존재하게 한 중요한 인물이다.


1877년 창립자 파텍의 작고 후 필립은 1891년 그의 아들인 조셉 앙트완베나시 필립(Joseph Antoine Benassy Philippe)에게 회사를 물려주게 된다.


1932년 당시 다이얼 공급자였던 찰스 스턴(Charles Stern)과 장 스턴(Jean Stern) 형제에게 최종 인수되면서, 파텍필립은 현재까지 스턴 집안의 가족 기업으로서 4대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시계설계부터 제작 및 조립 공정 대부분 수작업 진행, 다양한 기술 도입은 파텍필립만의 경쟁력이다. 1300여 명이 넘는 숙련된 기술자를 보유, 1200~1500단계의 생산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어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특히 1889년 퍼페추얼 캘린더, 트윈 배럴을 통한 와인딩 시스템, 1893년 미닛 리피터, 1902년 더블 크로노그래프, 1903년 헤어 스프링 레귤레이터, 1904년 엑스트라 플랫 무브먼트(시계 핵심동력장치) 등 여러 분야의 특허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파텍필립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칼리버 수는 약 23가지이며, 이를 적용한 시계 무브먼트는 약 50여 개이다. 시계 제작을 위해 1만 개 이상의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간 1500만 개 이상의 부품을 생산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방수기능뿐 아니라 1개월이 길이 차이와 윤년을 잡아내는 애뉴얼캘린더나 시계 문자판 안 작은 창에 하루마다 변하는 달과 해의 형태를 표시해주는 문페이즈, 하나의 손목시계에서 두 곳의 시간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듀얼타임, 세계 각국의 시간을 동시에 알려주는 월드타임 등의 기능이 탑재되기 시작한다. 시계에 기능이 추가되면서 파텍필립의 모든 시계는 높은 희소성을 자랑하게 됐다.


또한, 희소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정 생산을 지켜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간 생산량은 약 4만5000여 개로 알려져 있다.

파텍필립만의 가치...장인의 기술력과 전통의 콜라보
지난 2015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서 스위스 명품시계 파텍필립 입점을 기념해 직원들이 2억원대 상품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블루 다이얼'(왼쪽 세 번째)과 노틸러스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5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서 스위스 명품시계 파텍필립 입점을 기념해 직원들이 2억원대 상품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블루 다이얼'(왼쪽 세 번째)과 노틸러스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텍필립의 가치는 긴 시간 원칙을 지켜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2년 스턴 형제가 인수한 이래로 4대째 가족경영을 하며 수익보다 브랜드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경영을 하고 있다. 이는 생산뿐 아니라 구매과정도 까다롭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고가의 제품의 경우 구매자가 인적사항과 과거 구매내역 등을 적은 서류를 제네바 본사에 제출해야 한다. 본사는 이를 심사해 판매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여기서 브랜드 가치에 중점을 둔 회사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2009년에는 자사의 뛰어난 기술력을 인증하기 위해 제네바 인증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체 품질 인증 마크인 파텍필립 인증을 개발했다. 파텍필립은 자체 개발 인증제를 제품 생산 및 품질 인증 과정에 적용하며 명실상부 스위스 시계 산업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파텍필립은 설립 이후 182년 동안 기계식 시계의 선구자적 지위를 유지 중이다.

누구나 가질 수 없어 더 갖고 싶은 시계
시계 수집가 J.B 챔피언을 위해 파텍 필립이 제작한 특별 한정판 모델인 'J.B 챔피언 플래티넘'. 지난 2014년 안젤리나 졸리가 브래드 피트에게 선물하면서 유명해졌다./사진=파텍필립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시계 수집가 J.B 챔피언을 위해 파텍 필립이 제작한 특별 한정판 모델인 'J.B 챔피언 플래티넘'. 지난 2014년 안젤리나 졸리가 브래드 피트에게 선물하면서 유명해졌다./사진=파텍필립 공식 홈페이지 캡처



파텍필립 시계 하면 각 분야의 유명인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 인물로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차이콥스키, 바그너, 록펠러, 아인슈타인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왕족과 귀족, 정치가, 예술가, 과학자에 이르는 고객들과 함께 명성을 지키고 있다.


몇 년 전 유명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당시 남편이었던 브래드 피트에게 50억 원짜리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선물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현재 파텍필립 시계들은 희소성을 바탕으로 고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기술의 적용,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파텍필립의 대표 모델로는 칼라트라바와 노틸러스, 아쿠아넛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노틸러스는 1972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제럴드 젠타가 회식 자리서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5분 만에 완성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 시계는 치음처럼 잠수함에서 착안해낸 잠수용 시계다.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지금까지 사랑받는 시그니처 제품이 됐다.


특히 파텍필립에서 가장 복잡한 손목시계로 알려진 그랜드마스터 차임은 30여 가지 이상의 기능과 특허 기술이 들어간 최고가 제품이다. 그랜드마스터 차임은 개발에 7년, 제작에 2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시계에는 1366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무브먼트 외에도 214개의 별도 부품이 들어가 총 1580개의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이 제품의 모델 중 하나는 지난해 3,100만 스위스프랑(약 362억 원)에 낙찰돼 세계 최고가를 기록했다.


파텍필립의 진가는 지난 2001년 제네바에 개장한 박물관에서 알 수 있다. 일반인에게 상시 공개하는 이 박물관의 4층에는 파텍과 필립, 스턴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자료와 특허 문서, 수상 내역 등과 시계 관련 책을 모아 놓은 서재가 마련돼 있다. 3층에는 브레게, 자케 드로 등에서 제작한 역사적인 시계 컬렉션, 2층은 파텍필립 브랜드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컬렉션, 1층에는 시계 제작도구나 기계들을 전시한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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