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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좀 그만하세요" '오픈런' 대란…일반 소비자들 '분통'

최종수정 2020.06.30 13:43 기사입력 2020.06.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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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개장하는 시간 맞춰 달려가는 '오픈런(Open-run)' 현상
사들인 제품, 중고 시장에 높은 가격으로 되팔기도
일반 소비자들 "매장 불편하고, 소비도 제대로 못해"
전문가 "시장경제 저해하지만 막을 방법 없어"

지난 3월 서울의 한 백화점이 개장하자 대기자들이 앞다퉈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의 한 백화점이 개장하자 대기자들이 앞다퉈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실제로 쓰지도 않을 거면서 왜 사나요?"


최근 '샤테크(명품 브랜드 '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오픈런(Open-Run)'이 이어지고 있다. '오픈런'이란 매장이 개장하는 시간에 맞춰 다른 사람보다 먼저 구매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을 칭하는 신조어다.

문제는 이들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사실상 없어지거나 좁아진다는 점이다. '오픈런'이 이어지는 제품 대다수는 재고 물량, 한정 수량 등 충분하지 않은 공급량을 가지고 있어 되팔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구입해 웃돈을 얹어 파는 리셀러(Re-seller)가 있을 정도다.


전문가는 이러한 '리셀러'들을 법적으로 규제할 방안은 없지만, 공급자 측이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8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스타벅스) 레디백 30개 팔아요'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1인당 1개씩 수령이 가능한데 저렇게 '사재기'를 해서 되팔아도 되는 건가. 저 사람 한 명이 30개를 사는 바람에 나머지 29명은 레디백 구경도 못 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렇게 한정 수량 등을 사재기해 되파는 '리셀러'들은 원래의 제품 가격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까지 가격을 높여서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 레디백의 경우 이벤트 기간 동안 약 7만 원 정도의 음료를 구매하면 교환할 수 있지만, 중고시장에서는 이보다 높은 가격인 평균 15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스타벅스 여름 한정 제품인 '서머 레디백'을 수령하기 위해 사람들이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는 모습./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지난 20일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스타벅스 여름 한정 제품인 '서머 레디백'을 수령하기 위해 사람들이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는 모습./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20대 직장인 A 씨는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을 거면서 사람들 심리를 이용해 '되팔기'를 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게 '플미(프리미엄)'를 붙여 파는 게 콘서트 티켓 등 암표 상인이랑 다를 게 뭐가 있나"라며 "그렇게 한 번 가격이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사람들은 (그 물건을) 갖고 싶어지니까 그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사고 싶어 한다"라고 토로했다. '플미'는 프리미엄의 줄임말로 정상가에 구매하여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A 씨는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 자체는 개인의 자유니까 그럴 수 있다 쳐도 그렇게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가 산 물건들을 되팔면서 본래 가격보다 이익을 훨씬 더 많이 남기려고 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초에는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으로 '샤테크('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 붐이 일었다. 실제로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에서는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고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몸싸움도 일어났다.


'샤테크 오픈런'에 참여했다는 30대 직장인 B 씨는 "당장 필요해서 구입을 했다기보다는 이후에 가격이 오르면 차익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어차피 물건을 구입하고 구입한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사는 사람 마음에 달린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 테크노마트 앞에서 시민들이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숲 에디션 구매 응모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0.4.23/사진=연합뉴스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 테크노마트 앞에서 시민들이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숲 에디션 구매 응모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0.4.23/사진=연합뉴스



또 같은 시기 닌텐도사(社)에서 발매한 게임 시리즈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에디션은 국내 시장에서 적은 물량으로 공급돼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중고시장에서 게임기를 사려다 높은 가격 때문에 포기했다는 20대 대학생 C 씨는 "26만 원짜리 게임기를 40만 원에 팔더라. 이게 말이나 되나"라며 "중고 상품이면 가격이 내려가야 정상인데 '플미'를 붙여 파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샤테크'와 같은 현상이 생기는 원인은 일반 소비자들도 소비자 입장에서 명품을 한 번쯤은 소유해보고 싶다는 심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일단 소유했다가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되팔기'라는 행위를 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아닌 '리셀러'의 경우는 시장 경제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수요가 몰리면 구매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이들을 법으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급자가 공급을 충분히 해야 하는데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제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하기 때문에 이 역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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