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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찍힌 것 같은데…" 당신의 초상권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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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10명 중 3명 "근무 중 원치 않게 사진·영상 찍혔다"
일부 가게, '노포토존' 선언
전문가 "개인 식별 유무에 따라 초상권 침해 여부 결정된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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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얼굴 찍혀도 지워달라고 말 못 하죠."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5)씨는 최근 손님들의 무분별한 사진 촬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씨는 "우리 카페가 SNS에서 유명하다 보니 손님들이 가게 내부나 음료 사진을 자주 찍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끔 내 얼굴이 찍혀 불쾌하다"면서 "해시태그로 우리 카페를 검색하면 내 얼굴이 그대로 나올 때도 있다. 모자이크라도 하고 사진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일명 '인증샷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진을 찍는 이들로 인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손님 중 일부는 '셀카'(셀프카메라)를 찍는 과정서 종업원의 얼굴이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의 SNS 등에 사진을 게시해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초상권 주체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했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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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16년 20대 남녀 4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4명 중 1명(25.6%)이 SNS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의 SNS 계정에 하루 평균 1.46회 인증 행위를 했다.

대학생 이모(25)씨는 "가게에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친구들과의 추억도 남고, 나중에 사진첩을 보면 그때의 추억이 상기된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사진 찍기 바쁘다. 친구들이 찍은 것 중 제일 잘 나온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린다"고 했다.


이어 "나 같은 경우, 인스타그램 계정이 2개다. 일상을 올리는 계정 하나와 맛집 소개 계정이 따로 있다"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소소한 낙"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일방적인 촬영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일부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은 의도치 않게 자신의 얼굴이 SNS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한 식당에서 일하는 대학생 남모(24)씨는 "최근에 어떤 유튜버가 무작정 가게에 들어와서 영상을 찍더라. 불쾌했지만 그냥 카메라를 피해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면서 "요즘은 가게에서 '찰칵' 소리만 나도 괜히 피하게 되더라"고 토로했다.


일부 알바생들은 원치 않게 찍힌 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알바몬이 지난달 알바생 56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9%가 알바 근무 중 원치 않게 사진이나 영상에 찍힌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응답은 서비스직이 34.8%로 서비스직이 아닌 경우(22.5%)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대다수의 알바생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7.0%가 '이미 찍힌 건 포기하고 더 이상 찍히지 않도록 알아서 피했다'고 했으며, 응답자의 4.7%만이 '사진을 지우거나 모자이크를 요청했다'고 답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매장은 종업원들의 초상권을 지키기 위해 가게 내 촬영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포토존'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이모(25)씨는 "인사동 쌈지길을 갔는데 몇몇 매장에 '사진촬영 금지' 푯말이 붙어져 있더라. 처음에는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아쉬웠는데, 되레 가게 내 제품에 더 집중할 수 있었서 좋았다"면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여유롭게 구경하다 갔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초상권 보호에 대한 법적 기준이나 인식이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편이다.


프랑스에선 동의 없이 누군가의 사진을 배포하거나 SNS에 올리면 4만5000유로(한화 약 5700만원)의 벌금과 1년 징역형에 처한다. 이는 부모가 자식들의 유아 시절 사진을 올리는 것도 적용된다.


베트남은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 등의 개인정보를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는 셀카 목적으로 촬영했더라도 제3자가 선명하게 찍힌 사진을 동의 없이 SNS에 올릴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서 법률사무소 홍민호 변호사는 "타인의 동의 없이 촬영하고, 사진에 제3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왔을 경우,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개인 식별 유무에 따라 초상권 침해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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