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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있는데" 강제퇴거 위기 몰린 병원…'제소전 화해'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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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A요양병원, 강제집행 퇴거 위기
임대료 3기 밀리면 소송없이 집행 가능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임차인들 '막막'
'제소전화해' 잘모르고 동의했다가 피해

"환자들 있는데" 강제퇴거 위기 몰린 병원…'제소전 화해'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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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임대료가 밀린 임차인들이 건물주의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 통보에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임대료가 3기만 밀려도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바로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는 '제소전 화해' 규정 때문이다. 경제 침체로 힘들어진 임차인들이 권리금과 이전부지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내쫓겨도 다툴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한 5층짜리 A요양병원은 최근 계약 종료일을 한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주로부터 건물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건물주 측은 임대료 3개월치가 밀렸다며 '제소전 화해'를 집행권원으로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제소전 화해는 일반 민사분쟁이 소송으로 가기 전 이해당사자들이 판사에게 신청해 이뤄지는 재판상 화해를 말한다. 제소전 화해가 성립되면 대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통상 임차인이 건물을 빼주지 않으면 임대인은 소송을 통해 사실관계를 따지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임대료 3기가 밀리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소전 화해를 미리 해놓으면 임차인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순간 바로 퇴거시킬 수 있다.


문제는 임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임차인이 제소전 화해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임대인의 요구에 응했다가 나중에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임대인이 양측의 변호인을 고용해 제소전 화해를 신청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A요양병원 역시 최근 건물주가 계약종료를 통보하고 나서야 이 같은 규정을 알게 됐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최근 힘들어졌지만 8년 동안 큰돈을 들여 스프링쿨러와 안전바 등 각종 시설을 보수하고, 대학병원에서 오는 환자도 많이 받고 있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병원"이라며 "일반 가정집도 이사갈 시간을 충분히 주기 마련인데 병원을 막무가내로 강제집행하겠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엔 현재 120여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며 그 중 20여명은 보호자가 없어 병원으로 주소가 등록된 환자여서 당장 이전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서에 따르면 임차인이 나갈 때까지 월임대료(약 4000만원)의 2배에 달하는 비용을 임대인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크다. 건물주 측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임차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법원 집행관이 환자들을 옮긴 뒤 강제집행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반려동물 난치병 치료로 유명한 역삼동 혜민동물병원은 불황으로 임차료가 밀려 지난달 14일 강제집행을 당했다. 지난해 4월 맺은 제소전 화해가 원인이 됐다.


동물병원측 관계자는 "건물주가 간단한 것이라고 해서 동의를 했는데 이후 건물주가 양측의 변호인을 구해 제소전 화해를 성립시켰다"며 "임차인측 변호인은 화해 성립 이후 임차인측에 이 사실을 전혀 알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물병원측은 법원에 강제집행 정지를 신청했지만 강제집행이 이뤄진 다음날 정지명령이 떨어졌다. 병원측은 제소전 화해를 성립시킨 법률대리인 선임 과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제소전 화해가 부당하는 준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법원에서 병원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강제집행 과정에서 입은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박석주 법무법인 오른 변호사는 "제소전 화해는 내용에 따라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받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통상 임대인이 임차인을 손쉽게 내보내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제소전 화해성립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준재심을 통해 이를 무력화시키고 소송으로 다퉈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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