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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생존절벽-上]'제로금리'에 연쇄 파산 공포…"올 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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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험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영업환경 악화로 판매부진이 이어지며 역마진 확대와 투자위축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보험사에게 저금리 기조 장기화는 치명적이어서다.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을 포함한 위험관리 전략을 새롭게 설정하고, 사업비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비용 절감과 보험금 지급률ㆍ손해율 관리 강화 등 적극적인 자구 노력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보험사의 금리 리스크, 경영 위기 등을 점검하고 생존 해법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시리즈를 진행한다.<편집자주>


[보험사 생존절벽-上]'제로금리'에 연쇄 파산 공포…"올 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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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자산규모 세계 2위, 잘 나가던 일본 보험사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했다는 소식은 충격과도 같았다. 이제 우리들도 그 때 일본 보험사와 똑같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문제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또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소식에 한 중소 생명보험사 A 임원은 "올 것이 왔다"며 탄식했다. 현재의 영업환경 악화에 더해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 위험을 감안하면 생존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A임원은 "마땅한 출구를 찾기도 어렵다"면서 "과거 일본처럼 국내 보험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보험사들이 초저금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업기반은 날로 악화되는데 저금리 공습에 도산하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는 공포가 업계를 잠식했다. 1990년대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보험사들이 장기 저금리 정책에 따른 역마진으로 줄줄이 도산한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저출산, 저성장 등 악화되는 영업환경 속에서 저금리 직격탄까지 맞으며 보험업은 이제 생존을 걱정할 정도다. 저금리 기조에서는 수익을 낼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수익성 악화에 대책도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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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2000년대 초반까지 6~8% 고금리 판매
저금리 전환하자 역마진 확대 우려 높아져
1990년대 일본 보험사 연쇄파산 '타산지석' 삼아야

◆부메랑 된 고금리 확정형 상품=국내 보험산업에 위기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가 꼽힌다. 특히 과거 연 6% 이상의 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판 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생보사들은 6~8% 금리를 보장하는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저금리 탓에 운용자산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구조적 적자에 빠지게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한화, 동양, 삼성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역마진 부담을 보이고 있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금리 추가 인하로 역마진 확대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운용자산 수익률은 2010년 5.6%에서 지난해 3.5%로 급락했다. 4년째 계속되고 있는 3%대 수익률을 고려하면 금리 역마진이 1~3%포인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B 생보사 관계자는 "투자수익률이 저조하다보니 일부 보험사들은 당장 실적 방어를 목적으로 우량 채권을 내다파는 처지"라며 "이번 금리 인하가 장기 채권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보업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적자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전반의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이처럼 급격히 악화되는 영업 여건에 순익도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1분기 국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 뒷걸음질쳤다. 생보사 순익은 77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나 쪼그라들었다.


주가 하락으로 변액보험의 최저보증제도에 따라 변액보증준비금 적립 부담이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보증준비금 전입액 증가로 보험영업손실도 7조904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조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C 손보사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치솟고 있어서 상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 이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금융당국과 부정적 여론 때문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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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日 보험사 전철 밟을라=보험업계는 과거 일본 보험사들처럼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충격도 우려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로 내려앉은 지금의 우리나라와 일본이 여러모로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일본 보험사의 파산이 '남 얘기가 아닐 수 있다'는 공포가 감지되는 이유다.


고령화ㆍ1인가구 확산, 보험수요의 변화, 경기침체 등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에 놓인 일본 보험사들은 1990년대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 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파산의 길을 걷게 됐다.


1997년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2008년 야마토생명까지 버블 붕괴 이후 10여년 동안 파산한 일본 생명보험사는 모두 8곳이다. 그 중에는 자산규모가 3조엔에 육박하는 대형사도 포함돼 '대마불사'의 법칙도 통하지 않았다.


자산가격 거품이 형성되던 1980년대 후반 일본 내에서는 종신보험 수요가 늘었다. 또 금리자유화로 개인연금보험과 주식시장 호황에 힙입어 변액보험도 인기를 끈다. 보험사들은 높은 자산성장을 기반으로 고금리 보험을 대거 판매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보험 산업에 큰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고금리 연금보험은 저금리로 인해 역마진이 심화됐으며, 변액보험은 주식시장 침체로 수요가 사라졌다. 1인가구가 늘고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자 값비싼 생명보험 대신 저렴한 의료보장보험을 찾게 된다.


보험료 수입이 줄어든 보험사들은 더 높은 이익을 추구하고자 부동산 등 대안 투자에 나섰는데 버블 붕괴에 따른 자산부실화에 직면했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경기침체→저금리→역마진→대안투자→자산부실화'의 악순환으로 이뤄진 과거 일본의 경험은 우리나라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수입보험료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해외투자한도 규제 완화로 투자에 숨통이 트였다는 점에서 일본에 비해 그나마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지만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투자 자산별로 위험요인을 재평가하고 스트레스 시나리오에 반영해 자산운용 및 위험관리 전략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고위험자산에 대한 집중도를 파악, 자산 부실 발생 시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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