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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이 아프다고 쉴 수 있나요" 코로나 '방역 사각지대'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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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발생 부천 물류센터, 비정규직 비율 97% 이상
의심 증상 있어도 출근하거나 투잡하는 등 방역 관리 취약
전문가 "비정규직들에게 생활방역수칙 먼 나라 이야기"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담장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담장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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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 등 물류 플랫폼 기업 직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방역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용환경이 불안정해 아파도 쉬기 힘든 데다, 여러 지역 작업장을 돌아다니며 투잡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감염 통제가 힘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 이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부천 쿠팡 신선 물류센터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08명에 이르렀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23일 이후 6일 만에 100명을 넘어섰고, 이후로도 산발적인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업장 노동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아프면 3~4일 쉬기' 등 작업장 내 생활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천과 경기 부천 지역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계양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온 시민들이 진료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과 경기 부천 지역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계양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온 시민들이 진료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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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에 따르면 해당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총 3673명으로, 이들 중 정규직 직원은 98명이며 계약직은 984명, 일용직은 259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비정규직이 전체 인원 97%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어도 3~4일 쉬는 등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물류센터 첫 확진환자는 지난달 13일 오한과 근육통을 느꼈으나 실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날은 9일 뒤인 22일이었고,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용직의 경우 여러 작업장을 옮겨 다니며 부업으로 '투잡'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일용직 확진자 A 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부천 물류센터에서 부업으로 파트타임 업무를 한 뒤, 25일 부천 유베이스 콜센터에 출근해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날 오후 퇴근 후 의심 증상이 나타나 지난달 26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아프면 쉬기'같은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집단감염을 최소화하려면 고위험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와 생활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고용이 불안정하고 수입원도 부족한 비정규직 특성상 '아프면 쉬기' 같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A(28) 씨는 "평상시에도 휴가 쓰는 게 힘든데, 단지 아프다는 이유로 3~4일이나 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계약직, 일용직이라면 더욱 눈치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A(31) 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입장에 3~4일 일을 안 나간다는 건 생계에 큰 지장이 온다는 뜻"이라며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대본이 지난 4월12일부터 26일까지 15일간 84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5대 기본수칙 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를 가장 실천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54%로 가장 높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4월14일 직장인 37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휴가사용 실태 긴급 설문조사'에서는 열이 나거나 아파도 출근하겠다는 응답이 전체 35.3%에 달했다.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와 연관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중동 부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와 연관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중동 부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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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방역 취약계층 사이에서 집단 감염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우선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진호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이날 YTN과 인터뷰에서 "물류센터의 경우 그날 배정된 물량이 다르기 때문에 고용인원을 매일 조정하는데, 비정규직은 그런 불안정성을 다 껴안고 근무해야 한다"며 "그렇다 보니 비정규직들에게 '아프면 3~4일 쉬라'고 하는 생활방역 수칙은 먼 나라 이야기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럴 때 중요한 것은 기업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 못지 않게 정부에서 나서는 것"이라며 "근로자가 아프면 쉬고, 이에 대한 수당을 국가가 책임지는 상병수당 제도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 36개국 중 34개국이 도입한 상황인데 한국은 아직도 이런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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