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中 인사 33명 무더기 기소(종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법무부가 25억달러(3조1000억원)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30여명의 북한인과 중국인을 무더기 기소했다.

미국이 기소한 북한의 제재 위반 사건 중 최대 규모인 데다 북미 대화 단절,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이목이 쏠린다. 미국 기부 사이트는 같은 날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모금 계정 개설을 불허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250여개 유령 회사와 북한의 대표적 외환은행인 조선무역은행(FTB)의 비밀 지점 등을 통해 25억달러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국적 28명과 중국인 5명을 기소했다. 세탁된 자금이 조선무역은행으로 흘러들어갔으며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미국의 '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대북제재법'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법' '국제돈세탁' '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기소된 이들 중에는 조선무역은행 전직 총재인 고철만과 김성의, 전직 부총재 2명이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태국에서 조선무역은행의 비밀 지점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한기성이 북한의 정보기관 소속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돈세탁 기소가 북한 제재 위반 사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중국 베이징과 선양, 러시아 모스크바, 오스트리아, 리비아, 쿠웨이트, 태국 등지에서 유령 회사와 조선무역은행 비밀 지점을 마련해놓고 미국의금융시스템 등을 이용해 돈세탁을 시도한 사례가 나열됐다.

미국은 재무부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하고 있지만 법무부 차원에서 북한 국적자를 무더기 기소한 건 이례적이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2013년 조선무역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2017년과 2018년 이 은행 관계자와 위장회사 등에 대해 대규모 독자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에 기소된 피의자 대부분은 당시 미국의 제재 명단에도 오른 인물들이다. 다만 피의자 대부분이 북한과 중국 등 제3국에 머물고 있어 실제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번 기소는 미국과의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제재 회피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북한 및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라는 점에서 기소 명단에 중국인 5명을 포함한 것도 눈에 띈다.

한편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부를 둔 한인 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포럼)에 따르면 미국의 기부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는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모금 계정 개설을 불허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펀드미는 대북 제재 방침에 근거해 포럼이 개설한 모금 계정을 삭제했다며 미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 방침과 자체 규정에 따라 모금 활동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