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대한항공 1.2조 지원 의결

1조 유상증자·부지 매각 등 자구안 토대 특별 약정 체결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두 국책은행은 대한항공과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토대로 특별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자구안에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오전 신용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지원안을 확정했다. 수은은 전날 오후 여신위원회를 열고 지원안에 대해 논의했고 최종 승인 결론을 내렸다. 이는 채권단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대한항공 지원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다.

채권단은 70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영구채(발행 후 1년 후 주식전환권 부여) 3000억원가량 인수, 운영자금 2000억원 대출 등 모두 1조2000억원을 대한항공에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의 부담 비율은 6대 4다.

대한항공 지원안이 최종 승인되면서 두 국책은행은 대한항공과 특별 약정을 체결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과 대주주인 한진칼은 전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특별 약정 내용을 논의했다. 대한항공은 이후 특별 약정에 따라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취득할 예정인 약 3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발행 보통주 신주 전량을 담보로 제공받고 채권단에 처분을 위임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또 한진칼은 공시를 통해 "특별 약정에 따른 해당 담보제공은 대한항공이 준수하기로 한 사항 중 특정 조건을 내년 말까지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2022년 1월 중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정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약속한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의 성공, 부채비율 유지 등 재무구조 개선, 리스크 관리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내년 말까지 2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일정 금액 이상을 하지 못할 경우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5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구안 제출을 요구했다. 자구안에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 등이 들어갔지만 알짜 사업부로 분류되는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 부문 매각은 자구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회사채와 ABS, 차입금 등을 합해 대한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부채를 3조8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권단이 1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하면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항공기 리스료 등 매달 나가는 5000억∼6000억원의 고정비용과 5000억원 안팎의 연간 금융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번 지원을 통한 유동성 확보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대한항공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가 항공ㆍ해운업종 가운데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인 기업이라는 지원 대상 요건을 확정했는데 이를 충족하는 기업으로 대한항공이 가장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기준 차입금ㆍ리스부채를 합한 총 차입금 규모는 11조3514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현대산업개발 인수가 마무리되면 2조원대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안기금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