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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재심 “안 될 거 없다” vs “현실성 떨어져”…법조계 의견 분분

최종수정 2020.05.23 21:26 기사입력 2020.05.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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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8월 23일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의정부 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2017년 8월 23일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의정부 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뇌물 공여자였던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을 계기로 여권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 다양한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서는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법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견과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비망록’ 새로운 증거? 부정적 시각 지배적=한 전 총리 사건의 재심 논란은 최근 출간된 한 전 대표의 ‘비망록’이 도화선이 됐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강압과 회유가 있었다’는 등 유죄의 증거가 됐던 한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비망록 자체는 이미 법원에 제출됐던 증거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재심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전 총리를 수사했던 수사팀 역시 같은 논리로 ‘비망록’이 재심청구에 필요한 ‘새로운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성문 법무법인 아리율 변호사는 “비망록은 이미 재판에서 다 증거로 제출됐던 만큼 우리나라 재심 제도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대변인 출신 노영희 변호사 역시 “비망록 자체는 한 번 나왔던 것이라 재심 청구를 위한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어 비망록만을 근거로 한 재심 청구는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와 다른 의견도 존재했다. 양지열 법무법인 에이블 변호사는 “검찰은 비망록 자체가 증거로 나갔었다고 하는데 그게 전체가 나간 건지 검찰에 유리한 부분만 나간 건지 다툼이 있다”며 “증거로 표출 안 된 나머지 부분들 중에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증거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형소법상 재심사유 ‘확정판결’ 필요해=형소법 제420조가 정한 재심사유 중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토해볼 여지가 있는 것은 ‘증거물(1호)이나 증언(2호)이 확정판결에 의해 허위인 것이 증명되는 경우’와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정도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나 법정 증언의 경우 이미 한 전 총리 사건과 한 전 대표 본인의 위증 사건 등 2건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존재해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법조인이 다수다.


결국 당시 한 전 총리나 한 전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 등의 직무관련 범죄 혐의가 드러나 수사가 개시되고,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이 확정돼야 하는데 이 역시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백 변호사는 “검사들이 잘못했다고 검사들을 수사한다고 가정하면 기소를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일단 공소시효가 완료됐기 때문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같은 방식으로 진상규명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담당자를 처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증인으로 나서지 않았던 새로운 증인 변수로=양 변호사는 “그때 당시 한 전 대표한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사람 중에 재조사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증언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며 “그 사람들이 새로운 증인으로 나선다면 새로운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것이니까 재심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박지원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때도 보해저축은행 직원의 증언이 오락가락했던 적이 있었다”며 “그 사람이 나중에 왜 진술을 바꿨는지 말했는데 패턴이 한 전 대표 사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증언을 바꾼 것과 관련해서 당시 수감 동기 세 명이 얘기를 했었는데 그 중에 당시 증인으로 나서지 않았던 한 명이 최근 모 언론에 다시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새로운 증인만으로는 재심이 쉽지 않을 거 같고 재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재심 가부 떠나 공수처·특조위 거론은 부적절=재심 청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여권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 수사 관련 의혹들이 7월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공수처 얘기를 했지만 어떤 범죄의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만약에 이걸 수사한다면 사실 공수처의 도입 취지에 안 맞는 것”이라며 “또 다시 (수사기관이)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으로 보자면 비망록이 새로운 증거가 아니라 재심은 어렵고, 법무부가 그 당시 검사들이 잘못했는지 감찰을 하려해도 이미 징계시효가 지나 감찰 대상도 아니고, 결국에는 과거 무슨 조사단처럼 법령이나 지침을 만들어서 조사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지만 압도적 다수 의석을 얻었다고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개인을 위한 조사단을 만드는 걸 강행한다면 우리 헌정사에 아주 불행한 선례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언젠가 정권이 바뀌면 ‘이명박 조사단’, ‘박근혜 조사단’ 다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백 변호사 역시 “공수처는 진상을 규명하는 기관이 아니라 수사해서 기소하는 곳인데 현재 나와 있는 걸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A씨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난 사안과 관련해 공수처 수사 운운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수사상 과오 조사와 법원 판결 구별해야” 의견도=한편 현재 정치권이나 언론의 재심 논의는 전제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직 부장판사 A씨는 “법무부나 검찰이 과거 수사 과정에서의 잘못을 조사하고 반성하는 것과 법원의 판결은 전혀 별개인데 마치 하나로 묶여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행정부 내에서 과거의 행정적 조치에 대해 반성하고 재조사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지만, 그것이 바로 재판을 바꾸라는 얘기로 이어지는 것은 법치주의를 문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지금 재심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각각 자기들의 논리를 동원해 재심 재판과 기소 혹은 증거 수집 과정에서의 과오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얘기하고 있다”며 “반대하는 측은 ‘재판 침해니까 아예 논의도 안 된다’ 이런 식이고, 찬성하는 측은 재판까지 쉽게 손댈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그 중간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했던 수사에 대해서는 리뷰 자체가 안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수사 과정에서의 강압 행위나 미끼수사라든지 그런 식의 수사과오가 있다면 반성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재심 사유가 되는지는 따져봐야 될 문제고, 또 재심이 청구된다고 해서 꼭 결론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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