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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산양·도마뱀을 모방해 탄생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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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산양. 위태로워 보이지만 산양이 절벽 위를 이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절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산양의 발굽을 모방해 만들어진 제품은 무엇일까요?[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절벽 위의 산양. 위태로워 보이지만 산양이 절벽 위를 이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절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산양의 발굽을 모방해 만들어진 제품은 무엇일까요?[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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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가파른 절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산양, 벽을 타거나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는 게코도마뱀, 가시 끝부분이 갈고리처럼 휘어진 우엉 씨앗을 모방해 만들어진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산양이 절벽 위를 이동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비결은 말랑한 발바닥에 있습니다. 산양 발굽의 바깥 테두리는 단단하지만 안쪽은 고무처럼 말랑말랑해서 바위에 발굽을 밀착시켜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산양의 발굽을 흉내내 만든 것이 등산화 밑창입니다. 안쪽에 부드러운 고무를 사용해 접지력을 높여 미끄럼을 방지한 것이지요.

게코도마뱀은 갈고리 같은 발톱도, 끈적이는 발바닥도 없지만 벽을 타거나 천장에 거꾸로 붙어 있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아주 가느다란 털이 아주 많은데, 이 수백만 개의 털, 즉 강모(seta)가 있습니다. 각각의 강모는 다시 천 여개의 주걱 모양 섬모로 갈라진다고 합니다. 강모 하나의 힘은 약하지만, 수백만 개가 합쳐져 강한 접착력을 발휘합니다.


이를 이용해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건식 접착표면, 미끄러지지 않고 유리병을 잡을 수 있는 로봇손, 치료용 밴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유럽우주국(ESA)은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단순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계식 게코도마뱀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우엉 씨앗은 우리가 흔히 '찍찍이'라 부르는 벨크로를 만드는데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우엉 씨앗은 가시 끝부분이 갈고리처럼 휘어 옷이나 동물의 털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성질을 이용해 한쪽에는 갈고리를, 다른 쪽에는 걸림고리가 있는 벨크로가 만들어졌습니다. 벨크로는 운동화, 장갑 등 생활용품에서부터 우주복 제작에도 사용되는 필수 제품이 됐습니다.

이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들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해 인간의 삶에 적용하는 기술을 '생체모방(Biomimetics)' 기술이라고 합니다.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bios'와 모방이나 흉내를 의미하는 'mimesis'라는 두 단어를 합친 말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체모방기술은 거의 모든 생물의 특징을 모방하고,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날을 갈아줄 필요가 없는 부엌칼은 지름 30㎝의 나무도 10분이면 갉아 쓰러뜨리는 비버의 앞니를 모방한 것입니다. 항공기의 프로펠러는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고, 연잎 표면의 미세돌기로 인해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밀려나는 구조를 참고해 개발된 것이 아웃도어 방수 점퍼입니다.


파리나 잠자리의 눈은 홑눈이 겹겹이 모인 겹눈구조인데 이런 구조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140∼180도의 넓은 시야각을 가질 수 있고, 거리가 멀어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파리와 잠자리의 이런 겹눈 구조를 모방해서 만든 카메라 렌즈가 좁은 방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초광각 렌즈입니다.

유리에 붙어있는 게코도마뱀.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 있는 수많은 강모가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유리에 붙어있는 게코도마뱀.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 있는 수많은 강모가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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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은 물총새의 부리를 흉내낸 열차로 소음을 줄였고, 지평선을 관찰해 복잡한 비행 경로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꿀벌의 능력에서 '항로 안내(plane-guidance)시스템'이 고안됐습니다.


같은 탄화칼슘으로 만들어졌지만, 분필은 잘 부서지고 전복 껍데기는 사람이 밟아도 잘 깨지지 않을 만큼 강합니다. 전복 껍데기는 분필과 달리 탄화칼슘 타일 수천 개가 겹겹이 쌓인 형태로 배열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배열구조를 응용해 가벼우면서도 적의 공격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탱크 외피가 만들어졌습니다.


간단히 패치를 붙이는 것만으로 체내에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패치형 주사기는 독을 먹잇감의 피부 속으로 밀어넣는 독사의 어금니 구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고통을 없앤 패치형 주사기는 플라스틱 판에 독사 어금니 모양의 구조체를 100여개 박힌 약물 패치를 통해 5초만에 약물이 전달됩니다.


이처럼 생체모방 기술은 자연 속에서 과학적 해법을 찾은 기술들입니다. 자연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인간이 발견해 새로운 기술로 개발하면서 진화해 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자연의 어떤 모습을 닮은 기술이나 제품들이 더 개발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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