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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신(神)보다 바이러스가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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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려도 안되는 종교 집회. 경찰이 막아도 예배는 열렸습니다. 지난 22일 서울의 한 대형교회의 예배 모습. [사진=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말려도 안되는 종교 집회. 경찰이 막아도 예배는 열렸습니다. 지난 22일 서울의 한 대형교회의 예배 모습. [사진=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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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지구의 공기가 맑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가족과 이웃이 옮긴 바이러스보다 빈곤층의 경제상황이 더 곤궁해진 데다, 인종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황당한 언행까지 이어지며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외신과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과 유럽 등 전 세계의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강력한 이동 제한하고, 학교가 수업을 멈췄으며, 공장마저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지난 2월 한 달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대기 중 이산화질소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25% 이상 줄었고, 석유 소비도 3분의 1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ASA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음력 설 연휴에 공장이 문을 닫고 산업활동이 줄어들어 이산화질소 농도가 감소하지만 1주일 정도 지난 뒤에는 다시 농도가 짙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음력 설이 지난 한참 후에도 중국의 이산화질소 오염도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0%가량 줄었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공기도 좋아졌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세먼지 '매우 나쁨'인 날은 불과 이틀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일이었으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유럽의 하늘도 맑아졌습니다. ESA의 지구관측 위성의 분석 결과, 이탈리아 북부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상당 수준 감소했고, 영국과 스페인, 독일 등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의 대기가 깨끗해지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밥'입니다.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5%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이 함께 줄어드는 것은 좋지만, 경제적 고통은 현실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태산입니다.


실제로 세계 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2일(한국 시각) 현재 전 세계 주요 자동차 공장 73%가 셧다운됐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18개의 공장 가동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18개사의 121개 공장(업체별로 1국 1공장으로 집계) 중 88개가 가동을 멈췄다고 합니다.


하늘 길도 막혔습니다. 모든 나라가 문을 닫으면서 항공기의 87%가 운항을 멈췄고, 항공사들은 도산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자동차도 팔리지 않으면서 연료가 소모되지 않으니 정유사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학원·교육업종과 매장관리·서비스 업종 등은 폐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멈춘 항공기들. 87%의 항공기가 하늘을 날지 못하고 있고 항공업계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진=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멈춘 항공기들. 87%의 항공기가 하늘을 날지 못하고 있고 항공업계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진=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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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종교인들의 언행은 점점 사람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정부의 자제 요청과 집회금지명령(감염병예방법 제49조)까지 위반하면서 예배를 강행한 개신교 교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집단 감염은 현실이 됐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신자들이 줄줄이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일부 교회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게 하는 조치는 부당하며, 심각한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헌금 수입이 없어 교회 관계자들의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는 내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차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예배를 위해 모이지 않고 감염병을 하루라도 빨리 퇴치하는 것이 내 밥그릇도 챙기고, 남의 밥그릇도 챙기는 것 아닐까요?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대규모 종교 집회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한 교회가 2500명 가량 참여한 5일간의 종교 집회 이후 프랑스 전역으로 집단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먼 남미의 대통령은 신(神)의 국적까지 들먹였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 "신은 브라질 국적이고,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약도 이미 있다"면서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습니다. 브라질의 대통령이 '신은 브라질 국적'이라고 했지만, 브라질의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왜 브라질 국적의 신은 브라질을 도와주지 않을까요?


호주에서는 "동양인들이 바이러스를 옮겼다"면서 인종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뭘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동양인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차별하는 사람은 재미일지 몰라도 차별 당하는 사람은 고통스럽습니다.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던 인간의 나쁜 면이 바이러스로 인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지요.


선거를 앞두고 온갖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이 내뱉은 소음도 만만치 않습니다. 항공기와 공장이 멈추면서 지구의 하늘은 맑아졌지만, 인간은 더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육체적 질병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커지는 요즘입니다.


신도 인간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시험하는 것일까요? 인간이 만든 위기입니다. 신에 기대기보다 인간이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 맞습니다. 만약 신이 인간을 돕는다면, 신에게 기대기만 하는 당신보다 스스로 노력하는 수많은 인간을 더 고려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신을 찾기보다 눈 앞의 바이러스 퇴치가 더 급합니다. 바이러스도, 신도 인간의 피부색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어느 나라에 살든, 어떤 인종이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실천하는 요즘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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