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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중국의 칼이 중국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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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중국의 칼이 중국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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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은 과연 미국을 제치고 21세기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


'숙청으로 보는 세계사'의 저자 진노 마사후미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되레 중국이 멸망의 길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중국의 몰락을 예상하는 근거는 2018년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찾을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장 10년까지였던 국가주석의 임기를 없앴다.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라가 기울기 시작할 때 국민들은 독재자 혹은 선동 정치인을 지지한다. 독재자는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운다. 역사적으로 자주 활용된 수단이 전쟁이었다. 전쟁은 곧 파멸을 의미했다."


한편 저자는 20세기 패권국 미국에서도 선동 정치인의 전형인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다고 꼬집는다. 미국 역시 파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전쟁, 다시 말해 제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향후 전쟁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는 중국의 파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영국, 20세기 미국의 패권 시기를 지나 21세기에는 중국의 패권을 예상하는 이가 많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글에서 중국인들의 민족성을 사정없이 깎아내린다. 그가 생각하는 민족성은 다음과 같다. '"민족성'은 한 번 굳어지면 아무리 시간이 흐르거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 '불변, 불후, 부동'의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중국인 불변의 민족성은 무엇일까. "중국의 역사는 '숙청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국인에게 '숙청'은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라서 숙청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저자는 중국인이 성인군자로 받드는 공자도 노나라 대사구가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숙청이었다며 공자를 깎아내린다.


"중국에서는 오직 '힘만이 정의'이다. 한순간이라도 '의리'나 '인정' '측은지정'에 휩쓸리면 그 틈을 타 말살되는 살벌한 세상이다. 상대가 마음을 터놓는 신하든 관포지교든 죽마고우든 상관없다. 심지어 부모 형제도 예외는 아니다. (중략) '중국인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보통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송나라는 중국 역사에서 군사력이 가장 약했던 왕조로 꼽힌다. 이에 대해 저자는 송 태조 조광윤이 중국 역사에서 드물게 숙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1장에서 숙청에 초점 맞춰 국공내전까지 중국의 역사를 살펴본다. 2장에서 유럽 숙청의 역사를 살펴보지만 부차적으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이 든다. 3장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숙청으로 보는 세계사'는 서장과 1~4장, 모두 다섯 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4장은 맺음말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실제 역사를 살펴보는 부분은 1~3장, 세 개 장이다.


저자는 1장에서 중국, 2장에서 유럽 숙청의 역사를 살펴본 뒤 3장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다. 3장의 제목은 '숙청 괴물의 탄생'이다. 숙청 괴물은 마오쩌둥을 일컫는다. 저자는 마오쩌둥이 어리석은 사람이며 중국은 마오쩌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마오쩌둥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대약진운동 당시 철강 생산량 늘리기가 있다. 중국이 제2차 5개년 계획에 돌입했을 때 마오쩌둥은 15년 후 영국 경제를 앞지르겠다고 호언했다. 당시는 철강산업이 경제를 뒷받침하던 때였다. 1957년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535만t, 영국은 당시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으로 2230만t을 생산했다.


마오쩌둥은 중국 인구가 영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중국인들 모두 철강을 생산하면 영국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급기야 마오쩌둥은 15년도 필요없다며 2~3년 안에 영국을 따라잡으라고 지시한다.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철로 된 것은 닥치는 대로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그 결과 목표는 달성했으나 쓸데없는 고철덩어리일 뿐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마오쩌둥은 평생 자국민 7000만명을 죽였다. 1949년 10월1일 톈안먼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 선언됐다. 마오쩌둥은 그때까지 수많은 정적을 총살·옥사시켰다. 최고 권력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의 집권 후에도 백화제방, 백가쟁명, 문화대혁명을 통해 숱한 중국인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마오쩌둥에 집중한 저자는 이후 중국 현대사를 간략히 소개한다. 마오쩌둥에 이어 덩샤오핑과 장쩌민도 선대의 방식을 모방했다. 장쩌민이 후계자로 키운 후진타오는 집권 후 예상과 달리 장쩌민에게 반기를 들었다. 장쩌민의 지지 기반인 상하이파 숙청에 나섰다. 양쪽이 싸우는 틈에 어부지리로 권력을 잡은 이가 시진핑이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숙청은 어쩌면 역사를 보는 가장 정교한 도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숙청으로 보는 세계사'는 흥미를 끈다.


'세계사'라는 제목을 내세웠지만 중국 숙청의 역사에 치우친 듯한 느낌이 강하다. 중국이 패권을 잡지 못하리라 주장하면서 저자가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점이 남는다.


"일본인들은 전후 70년간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란 악'에 미국이 '정의의 철퇴를 내렸다'고 배웠다. 하지만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를 생각하면 '진실'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역사의 법칙대로 전쟁이 끝나면 승자는 패자를 폄훼하는 유언비어를 흘리고 그것을 널리 퍼트리게 마련이다."


(진노 마사후미 지음/김선숙 옮김/성안당/1만5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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