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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정신병동은 환기시스템 공사 안해"…코로나 '슈퍼진원지'된 청도 대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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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망자 5명, 확진자 112명이 나온 청도 대남병원 5층 정신병동(검은색 창문이 있는 층)은 낡은 창문에서 보듯 공조 시스템이 노후화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망자 5명, 확진자 112명이 나온 청도 대남병원 5층 정신병동(검은색 창문이 있는 층)은 낡은 창문에서 보듯 공조 시스템이 노후화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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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청도)=정동훈 기자] "공기가 안 좋아서 머리가 지끈지끈 했어예."


'코로나 슈퍼진원지'가 된 청도 대남병원 인근 주민들은 열악한 병원시설에 대해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이웃집 할머니 병문안 때문에 대남병원을 종종 방문했다는 장영숙(63ㆍ가명)씨는 "환풍기가 있었지만 좁은 병실 안에 네댓명 이상이 몰려 있었다"며 "창문도 조그만해서 열어놔도 환기가 되는 느낌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낙후된 좁은 공간에서 환기까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규모 전염이 발생했을 것이란 짐작이었다. 이날 오전 기준 대남병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망자 4명ㆍ확진자 112명이 나왔다.

◆ "정신병동은 환기시스템 공사 안해" = 1990년 설립돼 30년이 넘은 대남병원은 환기 시스템이 노후화하고 정신병동이 폐쇄 관리돼 바이러스 전파에 취약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2018년 말 대남병원 리모델링에 참여한 업체관계자는 "요양병동이 있던 대남병원 2~3층을 리모델링하면서 병실을 비롯해 샤워실, 화장실 등에 천장형 환풍기 공사를 진행했다"며 "(정신병동이 있는)5층에는 리모델링을 진행하지 않았고 공조ㆍ환기시스템 역시 손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신병동이 있는 5층은 외부에서 봐도 창문 등이 낡았고 실외기도 2층에만 설치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입원환자 102명 중 10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5층 정신병동은 열악한 환기 구조에 노출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폐쇄병동 안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밀접하게 접촉했고 내부 시설에서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목한 바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기내과 교수는 "좁은 공간 안에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감염병에 노출되기 쉽다"며 "인지 전달 능력이 떨어지는 정신질환자들은 공기질이 안 좋다거나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의료진에게 설명을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3일 오후 청도군청 직원들이 격리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도시락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

23일 오후 청도군청 직원들이 격리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도시락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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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병원내 감염으로 기록될 듯 =청도 대남병원은 최악의 병원 내 감염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메르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4일 동안 머무르며 모두 81명이 감염된 바 있다. 하지만 환자와 의료진 520여명이 여전히 격리중인 대남병원에서는 이미 확진자가 110명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대남병원 근처에서는 지나가는 행인을 찾기조차 힘들었다. 지난 19일 대남병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 닷새째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이 병원 출입구는 굳게 닫혔다. 휴일이지만 격리된 환자들에게 생필품, 먹을 것 등을 종종 전달하던 환자 가족들마저 보이지 않았다. 매시간 마다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당국 관계자,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소방서 관계자, 취재진들만이 병원 멀찌감치에서 서성였다. 공포가 빚은 장막은 어떤 이들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국내 코로나 사망자 7명 중 5명이 연관된 대남병원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신병동 환자 대부분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만성 정신질환자다. 특히나 시골병원인 대남병원에는 적게는 수년에서부터 많게는 20년 넘게 폐쇄병동에서 지낸 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교수는 "폐쇄병동에 있는 환자들은 다른 질병이 생겨도 낙상, 타인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등으로 다른 병동으로 옮기기 힘들다"며 "당뇨, 결핵환자 등 다른 지병을 앓고 계신분들이 상당수 였을 것으로 보여 추가 사망자가 나올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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