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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기생충'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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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 4관왕을 차지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이 비상인 상황에서 기생충의 수상 소식은 온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극히 한국적 상황을 묘사했음에도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4개씩이나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작품성은 물론이거니와 영화가 드러낸 빈부격차가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 발전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빈곤과 양극화의 해소는 현대 경제학의 커다란 숙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노벨위원회가 오랫동안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에스테르 뒤플로, 마이클 크레이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등 교수 3명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맥락을 같이한다. 당시 이들의 수상 소식에 경제학계에서는 "받을 만한 학자들이 받았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그만큼 빈곤 퇴치가 경제학계에서도 시대적 화두가 됐다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이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유는 양극화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부자는 악하고 가난한 자는 선하다"는 기존의 도식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가난한 이들도 열심히 살면 얼마든지 행복하고 풍족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애써 주려 하지도 않았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기택이나 근세 가족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과정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대만 카스테라집을 운영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업에 모두 실패한 두 가족은 결국 빈곤층 혹은 최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나태하지 않고 나름대로 성실히 살았음에도 이들에게는 시련이 찾아왔다.


한때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었던 대만카스테라집.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사라져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비단 대만 카스테라집뿐 아니라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오늘도 경영난에 문을 닫고 있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이들이 밖으로 내몰리며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돌파구가 자영업이지만 상황은 혹독하기만 하다. 이들 중 일부만 살아남고 사업에 실패한 이들의 삶은 점점 열악해져간다.

지금 한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 전통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급격한 산업 구조조정 속에서 일자리를 잃는 이도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21개월째 감소하다 지난 1월에서야 8000명 반등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은 40대다. 40대 취업자 수는 무려 51개월째 내림세다. 새로운 직장을 얻지 못한 이들은 자영업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월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5만3000명, 무급 가족 종사자는 9000명 각각 증가한 데 비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만4000명 감소했다. 경영난에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없애고 혼자 혹은 가족과 일하는 수가 늘었다는 뜻이다.


너도나도 창업에 나서다보니 과잉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자영업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 실책도 한몫하고 있다. 급격히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임금 부담이 늘었으며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저녁 손님이 뚝 끊겼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빈부격차의 모습만 그리고 있을 뿐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해답까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봉준호 감독과 오찬을 한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아가는 잠재적 기택과 근세에 대해서도 진지한 대화가 오가길 바란다.




강희종 경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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