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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혁신과 행정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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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혁신과 행정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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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출시된 타다 서비스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차를 빌리면 운전기사까지 함께 따라오는 서비스이다. 승차 거부가 없고 기사와의 불필요한 대화도 없는 등의 장점으로 170만이 이용하는 승차공유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택시업계는 타다를 불법 택시영업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10일 타다 운영사의 대표에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다행히 법원은 19일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아직도 타다 금지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사업상 리스크가 남아있다.


여기서 형사처벌을 학문적으로는 행정형벌이라고 부른다. 행정형벌은 행정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형법에 있는 형벌 즉, 사형, 무기징역, 징역, 금고, 벌금, 구류, 과료, 몰수의 벌을 과하는 것이다. 예컨대, 위의 사례와 관련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제92조는 동법 제3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운전자를 알선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행정형벌은 비록 각종 행정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으나 다른 행정상 제재수단과 달리 형법총칙이 적용되고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과벌되며, 종국적으로 법원 판결에 따른다는 특색이 있다.

원칙적으로 형벌은 국가가 지닌 가장 무겁고 심대한 제재이므로 다른 제재수단으로는 불법행위에 대응할 수 없을 때만 최후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각종 경제규제법에는 빼놓지 않고 행정형벌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행정형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형벌의 부과를 통해서만 위법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반사회적 행위인지 의문이다. 대표적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데이터 3법이 사례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 개인정보의 처리정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지하지 아니하고 계속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아니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개인정보를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 등의 경우를 비롯해 30여 개의 행위에 대해 징역과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동의 절차 등과 관련된 위반 행위는 가벌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곧바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보다는 행정기관의의 시정권고나 과태료 등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과실로 개인정보 안전성 조치를 취하지 않아 침해사고가 발생한 경우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행위들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경제규제법 상 과다한 행정형벌은 원래 행정기관이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을 검찰, 법원 등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겨버리는 행정의 사법의존 현상 내지 행정의 사법화(司法化)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타다도 그런 사례이다. 정책입법의 경우 단순히 문언 위주의 합법, 불법 판단이 아니라 경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법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그동안 경제규제에 대한 과잉범죄화, 형벌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일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혁신을 위한 시도가 행정형벌의 위험 앞에서 머뭇거릴 때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인신의 구속, 전과자가 될 우려 없이 혁신을 시도하기 위해 보다 과감한 비범죄화 노력과 함께 다른 행정적, 경제적 제재수단으로의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법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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