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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국수(國手) 조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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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바둑 기사 조훈현은 '영웅'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다. 바둑 최고수를 일컫는 '국수(國手)'라는 그의 애칭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953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최연소(9세) 프로바둑 입단 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기재(棋才)'가 뛰어났다.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스승인 세고에 겐사쿠 밑에서 바둑의 눈을 떴다. 세고에는 바둑 역사를 바꿔놓은 인물이다. 20년간 일본 바둑을 호령한 오청원과 한국의 조훈현을 길러냈다.

1970~1990년대는 조훈현의 시대였다. 조훈현의 기풍은 발 빠른 '실리바둑'이다. 변화무쌍한 그의 '흔들기'는 상대 기사의 '견고한 성'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바둑 9단, 조훈현은 바둑인들의 우상이었다.


[차장칼럼] 국수(國手) 조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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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존경한다는 세계 최강의 기사 이창호는 조훈현의 제자다.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전 이후 이세돌이 스타로 떠올랐지만 바둑 애호가들에게는 여전히 '바둑=조훈현'이라는 등식이 더 익숙하다.


바둑은 예(禮)와 도(道)를 중시한다. 꼼수의 유혹에 빠지는 인물은 비웃음의 대상이다. 승과 패를 가르는 승부처일수록 정도(正道)를 잃지 않고자 노력하는 게 진정한 프로기사다. 바둑을 철학에 비유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훈현이 정치의 길을 선택했을 때 반응은 엇갈렸다. 품격 있는 정치를 기대한 이도 있었다. 바둑의 전설 조훈현은 그 기대를 충족했을까.


조훈현은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된 후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옮겼다. 큰 잘못을 저질러 징계를 당한 게 아니다.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옮기고자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미래한국당 사무총장, 조훈현의 현재 직함이다.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후보자나 연설원 등이 다른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당 후보가 지역구는 자신을 찍고 비례대표는 미래한국당을 찍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얘기다. 선거가 시작되면 불법·탈법 선거운동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험한 도박을 준비하는 미래한국당. 그런 당의 사무를 책임지는 바둑의 전설, 뭔가 낯선 그림 아닌가. 눈앞의 이익(의석 확보)을 위해 선택한 '꼼수'가 성공 드라마로 귀결될까. 의석 몇 개를 더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르나 역사에는 그저 부끄러움으로 남지 않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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