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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K푸드의 기회, ‘로컬’ 입고 글로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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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선 유로모니터 식품&영양부문 총괄연구원

[광장]K푸드의 기회, ‘로컬’ 입고 글로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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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후폭풍이 한류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주요 장면에서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 +너구리)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농심은 미국 시장에 짜파구리 컵라면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K푸드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던 찰나에 짜파구리가 그 정점을 찍어준 격이다. 농심은 이 기회를 K푸드 열풍으로 이어 가기 위해 11개의 다른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 유튜브 홍보 영상을 만드는 등, 전 세계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적으로 끌고 있다. 기생충 효과가 나타나기 전부터 농심은 ‘신라면 라이트(light)’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 건면 홍보에 적극적이었다. 라면이 더 이상 정크푸드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K푸드의 대표격인 한국 라면은 고급지고 건강하기까지 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식품 기업들이 K푸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면 2020년은 K푸드에 깃들여 있는 우리의 문화와 한국 고유의 맛과 이미지를 현지인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현지의 또 다른 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영화 기생충으로 그 포문을 열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유로모니터는 최근 지역의 특색이 글로벌 소비자를 사로잡게 될 것이라는 ‘로컬 입고 글로벌’ 트렌드를 2020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의 하나로 소개했다. 소비자들은 점차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애착을 가지며, 그곳의 먹거리를 포함한 문화를 토대로 자랑스럽게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란 예측이다. 거꾸로 해석하면 보편화한 글로벌 문화 외에 점차 지역 특색이 강한 새로운 맛과 문화에 소비자들이 더 큰 관심을 갖게 될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새로운 이색 문화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고, 특히 한국 문화와 K푸드에 전에 없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 시점에 식품 기업들이 제대로 현지인들에게 녹아들기 위해서는 되새겨 봐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알려진 라면, 김치, 고추장 등은 사실 수십 년 전에 이미 해외시장 진출을 꾀했던 품목들이다. 하지만 매운 한국 음식은 곧 현지인들에게 이상한 음식으로 치부됐고, 심지어 숙성된 김치는 냄새 때문에 쓰레기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강한 냄새로 호불호가 갈리는 동남아 과일의 황제, 두리안의 지독한 냄새를 잡을 수 있는 건 한국의 썩은 김치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제대로 맛보기 전에 현지인들은 한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부터 갖게 됐고, 결국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출용’이라 적힌 라면과 고추장 등은 한인 마트나 아시아 식료품 마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현지인에게는 존재감이 미미한 그런 한국 음식에 불과했다.


특별히 레시피가 바뀐 것도 아니고 매운맛이나 한국 음식 특유의 냄새가 덜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은 왜 이리 높아진 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K푸드는 한국 음식을 우리의 방식이 아닌,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추장을 밥, 찌게, 쌈 등에 활용해 먹지만, 그들은 고추장을 빵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로 즐기며 또띠아, 햄버거와 어울리는 매운맛에 감탄했다. 매운 음식에 크림과 치즈를 섞어 이러한 유제품에 훨씬 익숙한 미국과 유럽 현지인들에게 매운 맛도 맛있게 즐길 수 있음을 소개했다. 우리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현지 먹거리 문화에 한국 음식이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였다.

그동안 국내 제조사들은 ‘우리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이른바 신토불이 프레임을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문화와 식품에까지 적용해왔다. 하지만 신토불이는 한국인들에게만 가장 좋은 방식이다. 미국에서, 그리고 유럽에서는 그들에게 맞는 방식이 있음을 K푸드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출발점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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