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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전문가가 바라보는 코로나19 발병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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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야생동물 감염병 연구 전문진
사스·메르스 감염 경로 토대
"천산갑 등 중간 숙주 거쳐 사람 전파 추정 가능"

박쥐 전문가가 바라보는 코로나19 발병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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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천산갑이 중간 숙주라는 발표에 다소 의외였지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전파 사례를 비춰봤을 때, 사람 감염의 매개체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의 김용관 연구사는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인간 전파 경로에 대한 최근 분석 사례를 언급하며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천산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고, 국내에서 검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박쥐로부터 발현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특정 경로를 통해 천산갑을 감염시키고, 이것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파됐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바이러스가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을 거쳐 인간으로 전파됐다는 주장은 지난 7일 중국 화난 농업대학으로부터 처음 나왔다. 연구팀은 천산갑에서 분리한 균주와 이 바이러스의 상동성이 99%라고 밝혔다. 상동성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개체 사이에 존재하는 유전자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일컫는다.


중국 연구팀이 코로나19 인체 감염의 중간 숙주로 추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천산갑[이미지출처=연합뉴스]

중국 연구팀이 코로나19 인체 감염의 중간 숙주로 추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천산갑[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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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발병 원인…박쥐냐, 천산갑이냐= 그동안 코로나19의 발병 원인으로 박쥐에서 발현된 바이러스가 꼽혔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전파되기보다는 다른 야생동물 등 중간 숙주를 거쳤을 확률이 높다고 추측했다.


김 연구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에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고, 사람 세포에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붙을 수 있는 '리셉터'가 있다"며 "이 돌기 중 감염 가능성이 높은 주요 부위끼리 달라붙어야 인체 발병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박쥐에서 검출된 사스 유사 코로나와 사람에게서 나온 사스 바이러스는 상동성이 낮았다"며 "이는 자물쇠와 열쇠의 홈 굴곡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잠금상태가 안 풀린 것으로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박쥐 대신 사람 단백질 구조와 유사한 중간 숙주를 연구했다. 이를 통해 사스는 박쥐에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다시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파악했고, 메르스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사람으로 전염된 것으로 정의했다. 김 연구사는 "사스나 메르스의 사례를 봤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박쥐로부터 발현된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를 통해 사람에게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사용해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박쥐보다는 중간 숙주를 섭취하거나 접촉한 뒤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게 김 연구사의 설명이다. 천산갑은 자양강장에 좋다는 속설이 퍼져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밀매가 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가 활발한 중국에서는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오소리와 대나무쥐, 밍크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사스 바이러스 구조[네이처 이미지 캡처]

사스 바이러스 구조[네이처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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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인체 감염 추정 경로[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 보고서 캡처]

사스 인체 감염 추정 경로[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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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감염병 청정국 아냐…능동 관리해야"= 김 연구사를 포함해 15명으로 구성된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은 박쥐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등 야생동물로부터 발병하는 감염병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지난해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는 23종으로 알려졌다. 이들 박쥐의 구강 스왑(표본)과 배설물, 사체, 소변 등을 조사한 결과 샘플 총 672개 중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13개, 메르스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3개 검출됐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김 연구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국외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의 검역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며 "국내 야생동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어느 지역에서 감염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지 등을 미리 파악하는 연구·관리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 연구사는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질병이 상당히 많은데 박쥐가 이러한 해충을 잡아먹거나 식물의 꽃가루를 옮기는 등 이로운 역할도 한다"면서 "인체 감염 질병의 원인으로 단정해 '박쥐를 무조건 포획하거나 박멸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서는 곤란하다"고 경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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