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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뒷북 대응 금융당국…7개월 지나서야 "건전성 강화"

최종수정 2020.02.14 11:26 기사입력 2020.02.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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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뒷북 대응 금융당국…7개월 지나서야 "건전성 강화"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구은모 기자] 금융당국이 개방형펀드에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이른바 건전성 검사를 의무화한 것은 라임자산운용을 비롯한 일부 펀드들까지 유동성 부족으로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당장 현금화 하기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 급증으로 사모펀드 운용 구조를 취약하게 하는 리스크로 급부상하자 비유동성 자산 투자비중이 비율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앞으로 개방형 펀드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감독 당국이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 7개월이 넘어가도록 문제를 수습하기는 커녕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사모펀드, 비유동성 투자 비중 50% 넘어 = 14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 중 기초자산이 비유동성 자산인 사모펀드 설정액 비중은 53.7%를 차지해 처음으로 절반을 초과했다. 사모펀드 전체 설정액에서 부동산과 실물, 특별자산, 혼합자산 등 비유동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말 13%에 불과했다. 이 비중은 2012년 30%대를 넘어선 이후 수년간 정체돼다 규제가 풀리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6년 말 37.6%에서 2017년 말 43.3%, 2018년 말 49.2%로 각각 뛰었고 작년 말엔 50%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2008년 말 126조5564억원에서 작년 말 412조4090억원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중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7조3506억원에서 95조1146억원으로 약 13배 늘며 사모펀드 성장세를 이끌었다.


다만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개방형 펀드는 많은 투자자가 한꺼번에 환매를 시도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도 유동성 악화가 시발점이었다. 처분이 쉽지 않은 메자닌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상당수 펀드를 중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으로 판매한 게 화근이었다.


대체투자 유행에 전 세계적으로 펀드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선진국에서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6년에 공모펀드 유동성 관리 방안을 마련했고, 유럽은 지난해 유동성리스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영국 또한 지난해 사모펀드 유동성 규제안을 마련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비유동성 개방형펀드를 개인에게 판매할 때는 반드시 유동성 위험을 공개하고 투자설명서에 위험관리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개방형 펀드가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즉각 판매를 중단시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ㆍ연금실장은 "일부 사모펀드 유동성 리스크 관리 실패에 따라 규제를 재정비 해야 한다"며 "글로벌 논의를 참고해 국내 규제 목적에 부합하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스크 무시한 운용사, 뒷북대응 금융당국 =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라임자산용사 임직원들의 무리한 투자와 불법에서 비롯됐다. 다만 라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데에는 이를 방관하며 뒷북 대응을 한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2016년 말 2446억원에 불과하던 라임의 펀드 설정액은 2018년 말 3조6000억원대로 15배 가까이 폭증했다. 현재 헤지펀드 업계 2위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경우 2016년 말 5890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3240억원으로 2배 남짓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라임의 성장이 얼마나 가팔랐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라임에 어마어마한 자금이 한꺼번에 몰려 들었지만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당국은 2018년 라임이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을 신청했을 때 라임이 운용 중인 펀드들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라임운용의 수익률 조작 의혹이 나오자 금감원은 "향후 필요하면 검사에 나설 것"이라며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해 10월 62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을 때까지도 금감원은 수익률 조작 등 라임운용의 위법행위 의혹 등을 감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회사의 유동성 문제로 봤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 "라임운용이 유동성 리스크 부분에서 실수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월 검찰 수사를 받던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잠적하고, 연말에는 라임운용이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가 폰지 사기에 연루돼 자산이 동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당국의 초기 대응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사태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라임 사태는 자본시장은 물론 펀드를 판매한 은행까지 결부돼 있다. 은행이 전체 라임 펀드 중 35%를 판매했다. 투자자들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검사해야 할 금감원은 손을 놓고 있었다.


정부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인 정순섭 서울대 교수는 "사모펀드 규제는 완화하면서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것도 문제"라며 "규제 완화의 방향은 맞지만 이에 맞춰 감독체계도 함께 정비해 예상되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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