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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촬영지 관광명소 지정, 주민들 불편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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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4관왕
서울시, '기생충' 촬영지 관광 코스 기획 추진
시민들 "쓰레기·소음 피해, 주민들 몫" 우려
서울관광재단 측 "정숙 관광 캠페인 등 방안 마련할 계획"

영화 '기생충' 촬영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돼지 쌀 슈퍼'/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영화 '기생충' 촬영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돼지 쌀 슈퍼'/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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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하면서 촬영지 일부가 관광 코스로 개발된다. 그러나 이 코스 안에는 주민들의 거주지역도 포함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관광코스를 찾는 사람들로 인해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지적이다.


봉 감독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서 주요 부문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총 4관왕을 수상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13일 '기생충'의 서울 촬영지 4곳을 소개하고, 봉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의 촬영지를 엮어 관광 코스로 개발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이 공개한 주요 촬영지에는 서울 마포구 돼지쌀슈퍼와 기택(송강호 분) 동네 계단, 종로구 자하문 터널 계단, 동작구 스카이피자 등이 포함됐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기생충'의 서울 내 주요 촬영지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 팬들도 찾는 성지순례 코스가 됐을 정도로 신드롬이자, 한류 관광 그 자체"라면서 "우리 관광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 /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영화 '기생충' 촬영지. /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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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부 영화 팬들은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를 직접 방문할 수 있어 좋다"고 기대감을 표하는 반면, 일부 시민들은 "기존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외부인·관광객들이 만드는 쓰레기, 소음, 흡연문제 등의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조커'의 촬영지 또한 비슷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이 붉은색 양복을 입은 채 춤을 추며 내려오는 장면으로 유명한 뉴욕 브롱크스의 한 계단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지역 주민들은 불편을 토로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해당 계단에는 '주민 촬영 금지', '출입금지' 등의 전단과 팻말도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한 주민이 관광객을 향해 날달걀을 던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9/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영화 '기생충' 촬영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9/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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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25) 씨는 "물론 서울시 측에서 관광지로 지정하지 않아도 갈 사람들은 다 가긴 할 거다"라면서도 "그렇지만 해당 지역을 관광 코스로 개발해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장인 B(29) 씨도 "지역경제가 살아나긴커녕 기존 주민들이 오히려 쫓겨나게 될 것 같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B 씨는 "촬영지 중 하나인 슈퍼 주인의 인터뷰를 봤는데, 사람들이 와서 사진만 찍고 가기 때문에 실제 금전적 이익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라면서 "결국 사람들은 SNS용 사진을 찍기 위해 지역을 찾는 거다. 이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본을 가진 외부인들이 들어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또 일각에서는 가난을 단순히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일종의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라는 주장도 나왔다. 시민들은 영화 속에서 해당 지역들이 빈민가로 묘사됐기 때문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가난하다'는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영화를 보고 촬영지를 찾는 사람들은 당연히 해당 장소에 대해 영화 속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가난을 관광 상품으로 지정하는 것도 이상한데, 실제 주민들의 삶이 '가난'으로 전시되는 것은 큰 문제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 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영화 '기생충' 촬영지. 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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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측은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혁 서울관광재단 관광콘텐츠팀장은 14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방문 예정자에 대한 정숙 관광 캠페인 내용을 포함해 2월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숙 관광 안내가 포함된 영상을 제작해 관광객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촌이나 이화동의 경우 예전부터 정숙 관광 캠페인이 같이 진행되고 있고, 북촌의 경우 관광객들이 출입할 수 있는 시간도 지정이 돼 있다"면서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발생하는 관광객의 수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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