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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라떼파파' 되기로 결심했나

최종수정 2020.01.26 09:20 기사입력 2020.01.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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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파파'로 인생 2막 연 아빠들 이야기
"육아 통해 아이도, 배우자도 이해하는 계기 만들어"

나는 왜 '라떼파파' 되기로 결심했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인생을 1막과 2막으로 나눈다면, 육아의 시작이 2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름뿐인 남편, 아빠로 살았는데 육아휴직을 하면서 진짜 남편, 진짜 아빠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육아휴직을 결심하기까지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직장에서 내 자리는 어떻게 하지, 육아휴직은 당연히 여자가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아빠가 3개월 된 아기를 키워? 하는 심리가 내면에 깔려있었는지도 모릅니다.…직장 내에서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인식과 분위기가 결심을 하는데에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육아휴직 제도 개선과 사회 분위기 변화의 바람을 타고 휴직 후 직접 육아에 나서는 '라떼파파'가 급증하고 있다.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5명 중 4명은 여성이지만, 결혼 후 임신과 출산에 따른 육아를 '여성의 일로만' 보던 과거의 사회통념은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육아휴직 후 가족 부부 등 가족구성원 간 유대감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당사자들의 후기도 눈길을 끈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2297명으로 전년(1만7665명) 대비 26.2% 증가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수도 10만5165명으로 작년보다 6%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수와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각각 10만명, 2만명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5.6%에 불과하던 것에서 2016년 8.5%, 2017년 13.4%, 2018년 17.8%에 이어 지난해 21.2%를 기록, 최초로 20%를 넘어섰다.


육아휴직을 경험한 당사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내가 둘째를 출산한 뒤 재취업을 하면서 육아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A씨는 '사내 1호 남성 육아휴직자'의 권유를 받아 큰 결정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개인시간이 많아지겠지, 그동안 회사생활로 힘들었는데 재충전의 시간을 갖자'고 생각했다"면서 "막상 실전에 투입되니 오히려 회사에 다닐때다 시간은 더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아내 혼자서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 고생한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해준것이 미안했다"고 전했다.


B씨는 육아휴직으로 자신의 인생 2막이 열렸다고 표현했다. 그는 "가끔은 군대보다 힘든 게 육아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이가 한번 방긋 웃어주면 피로감이 사라지고 가슴에서 벅찬 감동이 일어난다"면서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작은 손을 이용해 공갈 젖꼭지를 입에 무는 사소한 행동에 대한 기쁨 등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아내와 출산, 육아에 대해 공통의 경험을 하게 돼 더 많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서로의 배려심이 더 커지게 됐다"고도 했다.

나는 왜 '라떼파파' 되기로 결심했나


C씨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를 직접 돌보며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 보람을 느꼈다. 그는 "아이들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시간을 보내며 동행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제가 차려준 밥을 같이 맛있게 먹고, 학원을 같이 가면서 학교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같이 이야기한다"면서 "가끔은 엄마 몰래 학원 빠지고 에버랜드도 가고, 미술관, 박물관도 다니다 보니 엄마가 모르는 비밀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3개월 만이라도 오롯이 혼자 힘으로 아이를 돌보다 보면 아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아이를 돌보는 배우자도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경험해보지 않고 백 번 들어봐야 솔직히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


D씨는 가정 내에서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이 생겼다고 웃었다. 그는 "아기들이 말을 시작할 때 모두 '엄마' 먼저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아빠라고 처음 입을 뗐을 대 아내에게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 모든 일이 제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면서 "아내와 첫째 아이, 둘째 아이 3명 모두 아빠만 찾아 존재감이 확실해지고 더 즐거워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부부가 같은 시기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한부모 노동자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인상을 추진하고, 노동자가 비자발적으로(폐업, 도산 등) 퇴사한 경우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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