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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30대 부동산 왕초보'가 강남역에 모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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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 아닙니다
주말 30대 직장인 부동산 스터디 가보니
왕초보 강의 만원 사례
"정부 믿고 전세 산 것, 가장 후회"

일요일 밤 '30대 부동산 왕초보'가 강남역에 모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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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어학원 강의실에 50명의 수강생이 모여 들었다. 대부분 직장인으로 보이는 30대였다. 이들이 휴일 저녁 시간을 포기하고 이곳에 모인 이유는 어학 공부 때문이 아니다. '부동산 초보'를 위한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이날 강의신청은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사전 신청이 이뤄졌는데 대기자가 20명이 넘었다는 후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A(31)씨는 "정부의 입에서 각종 과세ㆍ대출 규제 발언이 쏟아지니 나 같은 초보들은 따라가기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수강생 중 취소자가 생겨 겨우 강의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3만원의 수강료까지 내며 모여든 수강생들은 4시간 가까이 계속된 강의에도 지친 기색 없이 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메모하며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수강생들은 정부의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B(35)씨는 "소득 때문에 디딤돌 대출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의 혜택을 못받는 것은 차라리 불만이 없다"며 "더 좋은 곳에 입성할 사다리마저 걷어차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하고 9억원초과 주택 보유자에게는 전세보증금 대출까지 막은 것에 대한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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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까지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도 신뢰를 보내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 수강생은 "인생의 가장 큰 후회는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정부를 믿고 전세를 계속 산 것"이라며 "정직하게 열심히 월급을 모았지만 오른 전셋값 메우기도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몇년전 이른바 '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 친구는 10억원이 넘는 자산가가 됐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은 세입자로 떠돌고 있는 현실을 자책하면서 나온 말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드러났다. "집값은 조일수록 오른다. 재개발ㆍ재건축 규제를 강화할수록 서울 집값은 뛴다.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강사의 말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참석자는 "정부 욕할 필요도 없다"며 "오히려 이 정권 동안 집값이 계속 오를테니 거기에 맞춰 투자만 잘하면 된다"는 반응도 보였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조바심 때문에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수도권의 한 재개발 투자를 계획 중이라는 C(33)씨는 "12ㆍ16 대책으로 1주택자 기준이 바뀌고 전세 대출도 쉽지 않아졌다는데 도대체 뭐가뭔지 알 수가 없어 설명을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G(32)씨 역시 "12ㆍ16 대책이 하도 헷갈려 최근 세금 관련 강의를 들었지만 강사마저 '내용이 계속 바뀌니 헷갈린다'며 미안해 하더라"며 "전문가들도 이런데 평범한 직장인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아무리 집값 안정도 좋지만 실수요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날 강의에서 수강생들은 "욕하는 세입자로 사느니 차라리 욕먹는 집주인이 되자"는 강사의 한마디에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쳤다. 집값이 오른다고 불평하며 전세 난민으로 떠도느니 차라리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더라도 유주택자ㆍ다주택자가 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30대가 부동산 삼중고에 빠졌다. 집값은 고공행진하고 정책은 급변하고 가점제 하에서 청약은 요원하다. 무순위 청약에 30대가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30대가 부동산 삼중고에 빠졌다. 집값은 고공행진하고 정책은 급변하고 가점제 하에서 청약은 요원하다. 무순위 청약에 30대가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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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강의에서는 재건축, 재개발부터 무순위 청약을 뜻하는 이른바 '줍줍'까지 다양한 부동산 투자 방법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이 소개됐다 강남 집값 변화에 따른 주변 지역의 순차적 집값 영향은 물론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경자(경희궁 자이), '마래푸(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같은 줄임말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있었다.


특히 수강생들은 정부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가 낳은 전셋값 급등에 불안함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친구의 추천을 받아 왔다는 D(30)씨는 "서울 사는 30대에게 청약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고 그렇다고 집 살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오늘 강의를 듣고 인천 신도시의 소형 아파트를 사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아들 하나를 둔 외벌이라는 F(36)씨 역시 "대출규제 강화로 서울에서 내집마련은 포기한 상태"라며 수도권의 아파트라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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