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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별세] '롯데 2막' 맡은 신동빈 회장의 숙제는

최종수정 2020.01.19 19:31 기사입력 2020.01.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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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쇼핑·화학, 그룹 양대 축 복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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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신격호(사진) 롯데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4시 30분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인 신 명예회장은 19일 새벽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1921년 경상남도 울산 삼남면 둔기리 빈농 집안의 5남 5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킨 기업가다. 1941년 사촌형이 마련해준 80엔을 들고 일본 유학을 떠난 그는 와세다대학교에서 화학을 공부한 뒤 1948년 일본 도쿄에서 껌 제조사 ㈜롯데를 설립한 뒤 유통, 제과, 호텔, 식품, 석유화학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롯데를 국내 재계 5위 그룹사로 성장시켰다.


신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한국과 일본 롯데를 경영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겁다. 한일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며 두 나라간 가교 역할을 하며 성장해 오던 롯데그룹을 정상화 시키고 그룹의 두 축인 쇼핑과 화학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세대 교체에 가까운 대규모 인사가 이를 반증한다. 신 명예회장이 롯데를 일구었다면 신 회장에게는 '롯데 2막'의 중책이 맡겨진 셈이다.


'롯데 2막' 짊어진 신동빈 회장과 50대 CEO들

신 회장은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50대 CEO들을 전진 배치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대표이사 부사장 내정자(55),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전무(52), 전형식 롯데멤버스 대표이사 전무 내정자(57), 최세환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대표이사 전무 내정자(51)가 모두 50대 초중반이다.


50대 초중반의 젊은 CEO들을 보필할 수 있는 신임 임원들을 적극 발탁한 것도 동일 선상의 조치로 풀이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도 반영됐다.

그룹의 핵심 축인 유통부문의 경우 대수술이 진행됐다. 롯데쇼핑 을 원톱 통합법인으로 세우고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 마트, 슈퍼, 이(e)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원톱(One Top)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됐다. 기존 각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됐고 각 사업부장은 사업부의 실질적인 사업 운영을 담당한다. 한국, 일본을 넘어선 글로벌 롯데를 위한 복안으로 해외 핵심 인재들의 승진도 단행했다.


게임의 법칙 바꾸겠다는 신동빈 회장

신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사장단 회의서도 새로운 조직문화와 전통적인 사업에 대한 전수 점검, 신사업 진출 모색 등을 주문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같은 신 회장의 발언은 롯데그룹의 주력 부문인 유통부문과 화학부문을 비롯한 계열사 전반이 수년간 실적 하향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변화를 위해서는 직원 간 소통이 자유로운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립하고 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있다"며 "모든 직원들이 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열정과 끈기로 도전해 나가는 위닝 컬처가 조직 내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통해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후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년간 잠재적 위험으로 여겨졌던 경영권 분쟁은 끝났고 파격 인사를 통해 신 명예회장의 그림자도 지웠다. 기존 롯데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를 모두 버리자는 신 회장의 외침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과도 같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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