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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3월/신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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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왔다

아픈 허리를 펴는 중이었는데


도둑처럼 왔다 소리 소문 없이 스며들었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쉴 새 없이 오물거리는 작은 부리와 갈색의 날갯죽지, 고개를 틀 때마다 마주치는 까만 눈동자 모두 익숙한 빛깔이다 바쁜 몸놀림조차 햇볕 쨍쨍한 그림 속이다 나는 잠시 잠깐 아직은 없는 풀숲의 그늘을 얻는다 파헤친 밭고랑에 작고 여린 입술이 닿았을 뿐인데 양쪽 귓불이 간질거리는 걸 보면 알겠다 함께 놀아나자는 수작이니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는다

[오후 한 詩] 3월/신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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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그래도 벌써부터 봄이 그리워 조바심이 나곤 한다. 이제 한 달 조금 더 지나면 산수유가 매화가 필 것이고 곧 뒤이어 목련이 개나리가 라일락이 차례대로 필 것이다. 아니 이미 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을 보면, 나무들 가지마다 몽글몽글 맺혀 있는 겨울눈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미 저 안에 봄 햇살이 봄바람이 봄비가 한가득 깃들어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도통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새가 온종일 이 나무 저 나무 분주하게 오가는 까닭도 섣달그믐 아래 아늑히 서려 있는 봄을 읽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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