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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인권위 독립성 침해' 비판에 "우리는 우리 입장 있어" 강변(종합)

최종수정 2020.01.15 20:23 기사입력 2020.01.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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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성평등' 청원 수만건…'靑비서실장 명의' 공문 발송은 조국 前장관 건이 유일

청와대 전경 /문호남 기자 munonam@

청와대 전경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과정 인권침해 조사촉구' 국민청원 내용을 담은 공문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발송,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인 데 대해 15일 "비판을 하는 입장이 있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입장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가 조 전 장관 관련 청원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인권위에 공문을 발송한 행위가 '독립성 침해'라는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인권위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 기구로,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에 명확히 적시돼 있다. 청와대가 지난 13일 내놓은 국민청원 답변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조 전 장관이 자신 및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청원과 관련해 인권위에 두 차례의 공문을 보냈다. 청와대 설명을 종합하면 노 비서실장 명의의 첫 협조 공문은 지난 7일 인권위에 송부됐다. 이에 대해 이튿날인 8일 인권위 측으로부터 "인권위법에 따라 진정이 접수될 경우 진정사건을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명으로 진정을 접수해야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 등이 담긴 답변을 받았다. 해당 공문이 노 비서실장 명의로 보내지긴 했으나, 본 청원을 제기한 청원인은 익명인 만큼 진정 접수는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이를 바탕으로 국민청원 답변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지난 9일 두 번째 공문이 또다시 인권위에 전달됐다. 청와대는 이를 '실수'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공문이 실수로 갔고, 이를 확인해 '그 공문을 폐기 처리해 달라'고 인권위에 요청했다"며 "인권위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해 정리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는 지난 13일 국민청원 답변을 공개하면서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국가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며 "국가인권위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수된 위 청원 내용이 인권 침해에 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고 공개했다. 청와대가 인권위에 국민청원 내용으로 공문을 보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 측은 "결정은 인권위가 할 것"이라며 조사를 촉구하는 이첩 공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곧바로 인권위 독립성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인권위 측은 해당 공문을 "반송했다"고 해명에 나섰다. 실제 국민청원 답변이 공개된 당일 논란을 우려해 청와대 측에 '공문 폐기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로 폐기요청 공문을 별도로 요청하기까지 했다. 청와대는 인권위 요청에 따라 폐기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청와대는 '실수'라고 항변했지만, 두 번째 공문은 단순 협조를 넘어서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인권위가 조 전 장관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도록 사실상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이 관련된 청원인 만큼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실제 그간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인권·성평등' 카테고리 관련 내용은 수만 건이 제기됐으나, 인권위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 공문을 발송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을 놓아주고,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 이번 인권위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는 이날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공문 발송 소동, 청와대와 인권위의 자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비서실장 명의로 공문을 발송하면서 단순 '전달'이 아닌 '지시'로 보이게끔 조치했다"며 "청와대가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밝힌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와 인권위가 이를 단순 해프닝으로 처리하려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차별금지법, 노동권 등 많은 인권사안에서 문재인정부와 인권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인권위의 독립성마저 흔들리는 사태가 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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