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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해석의 힘

최종수정 2020.01.15 15:09 기사입력 2020.01.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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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SK건설 상무

이현경 SK건설 상무

매년 의식처럼 새해 첫 날 결심을 적어 두곤 한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수 차례 미팅을 거쳐서 부서의 한 해 목표를 정성껏 세운다. 개인적 결심이든 직장에서의 성과 목표이든 그것을 잘 이루어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는데, 그 중에서 '해석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과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살아가는데 그리고 공적 업무를 처리하는데 근본적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짧지 않은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같은 사실과 상황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을 보아왔고 그 해석의 결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온 데 따른 경험칙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사실을 분석하는 것에 집중한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추정하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안을 만든다. 분석 자체가 빈틈없고 탁월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같은 문제라도 좀 더 멀리서, 좀 더 높은 곳에서, 좀 더 긴 미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해석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적에 집중하면 할 수록 해석은 선명해질 수 있다.


목적을 이루는 여정에서 늘 마주치게 되는 장애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도 중요하다. 내 앞의 걸림돌도 좀 더 멀리서,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면 그것이 도움닫기를 위한 발판이며 디딤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아픈 경험으로 인해서 6살, 8살, 11살의 세 아들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떠나야 했던 때가 있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익숙했던 모든 것과 이별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만 했던 당시, 나의 마음은 두려움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가득했었다.


많은 사람은 그러한 나의 인생을 실패로 해석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아픔이 있었기에 용기 내어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었고, 그 곳에서 법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안전하게 세 아들을 잘 키울 수 있었다. 돌아보면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의 시작이었고, 두려움은 희망이라는 씨앗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 때의 경험을 통하여 모든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담겨 있음을 배웠다. 이러한 깨달음으로 인해 나는 하나의 현상을 좀 더 멀리서, 좀 더 높은 곳에서, 좀 더 먼 미래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성경에는 이스라엘 민족이 그들의 꿈의 땅인 가나안 땅 정복을 앞두고 12명의 정탐꾼을 보내 정세를 살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탐꾼들은 40일 간 그 땅을 살펴보고 돌아와 전혀 상반되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수인 10명은 그 땅에 사는 거인들의 이야기를 하며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강적이라 보고한 반면, 2명은 승리를 확신하는 보고를 한다. 무엇이 이렇게 서로 상반된 해석을 만들어 냈을까? 같은 땅, 같은 상황을 보고 돌아온 사람들이 왜 누구는 승리를 누구는 패배를 예상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그 답을 '목적에 집중하는 힘'에서 찾는다. 정탐의 목적은 '그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의 땅인가?'를 보고 오는 것이었는데, 열 명의 정탐꾼은 그 땅의 기름짐보다는 그 곳에 사는 거인 같은 이들을 보며 자신들의 초라함 만을 보고 돌아왔던 것이다. 내가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은 승리의 상황에서도 두려움에 휩싸여 패배의 길을 가게 된다.

2020년 새해에 힘겨운 소식들이 많이 들려온다. 올 한 해 처리해야 할 업무들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다시 한번 한 해의 출발선에서 신발끈을 다시 묶듯 마음을 다잡는다. 늘 목적지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달려야 한다고, 그리고 좀 더 멀리서, 좀 더 높은 곳에서 그리고 좀 더 먼 미래의 관점에서 지금을 해석하자고.


이현경 SK건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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