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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2020년, 다양한 갈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

최종수정 2020.01.15 14:13 기사입력 2020.01.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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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2019년 한 해는 유독 범죄로 인한 혐오와 갈등이 고조된 한 해였다. 연초부터 발생한 '체육계 성폭력 폭로사건'을 시작으로, '클럽 버닝썬 폭행 및 강간ㆍ약물유통 의혹',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이슈화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동시에 '보배드림 곰탕집 성추행 판결', '서울 대림동 여경 논란', '선문대학교 남성혐오자 칼부림 사건' 등 그 어느 때보다 성별 분쟁도 극심했던 해였다.


연이은 '정신질환자 방화ㆍ살인사건', '한강 몸통 토막살인 사건', '제주도 토막살인 사건' 등 잇따른 조현병환자의 흉악범죄들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와 갈등이 고조된 한 해이기도 했다.


이러한 혐오와 갈등은 새해 들어서도 다양해지고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세대 갈등과 더불어 체류 외국인 증가로 인한 문화 갈등, 그리고 사회 양극화가 대두됨에 따라 사회계층 간 불평등 문제로 인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 영역에서도 계층구조나 이념차이로 인한 사건 사고가 2020년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 사회에서 갈등의 정도가 심해지면 특정 집단에 속한 다수를 겨냥한 범죄로 발현되기까지 한다. 이를 '증오범죄(hate crime)'라 한다. 증오범죄는 인종이나 관습, 국적, 사상, 종교, 성별, 성적지향 등을 근거로 형성된 적대감이나 편견 따위가 동기로 작용한 범죄 행위다. 국내에서 인종이나 종교 등을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증오범죄 발생 정도는 아직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갈등이 고조되어 공격적 현상이 점차 강도를 더하면서 혐오 대상이 되는 여성, 정신질환자, 노인, 외국인 등과 관련된 범죄가 우려된다. 특히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증오범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성별ㆍ세대ㆍ이데올로기 갈등과 결부된 과격한 표현들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협박에 해당되는 고소ㆍ고발 사건도 증가할 것이다.


우리보다 일찍 증오범죄를 경험한 서구사회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법ㆍ제도적, 사회적 대응책을 모색해 왔다. 증오범죄를 법제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일단 증오범죄에 해당하면 법정형을 가중하도록 법에 명시하는 방법이 있다. 또 증오범죄에 관한 통계를 구축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증오범죄통계법(HCSA)를 제정해 지방 경찰기관으로부터 증오범죄 관련 자료를 수집해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1994년에는 증오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가해자의 범행 이유가 편견에 기반을 둔 경우, 주법원이 의무적으로 세 단계 이상 높은 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현재 한국 법령에서 증오범죄에 관한 내용은 일체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 범죄통계나 검찰 범죄분석에도 증오범죄를 별도 항목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성별ㆍ세대ㆍ문화ㆍ계층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이제 증오범죄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증오범죄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 실태를 분석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관련 법령의 제정도 서둘러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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