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11일 '주 52시간제 보완대책' 발표
50~299인 기업에 계도기간 1년 부여
시정기간 6개월·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경영계 "입법 뒷받침해야 불확실성 해소"
노동계 "특별연장근로 확대는 불법"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4개 중소기업단체가 근로시간 보완입법 호소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이은결 기자, 우수연 기자]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계도기간이 1년으로 확정되자 경영계는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급한 불은 껐지만 관련 입법이 미비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하는 50~299인 기업에게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을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10일 끝난 정기국회에서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이 무산되자 중소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소기업에 대해 주 52시간제 위반행위 단속을 유예하는 것으로 사실상 1년간 시행을 연기한 것이다. 근로자가 진정할 경우에도 사업자가 6개월 안에 시정하면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재난상황에서만 허용되던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는 사업상 지장이나 손해가 초래되는 경우 등이 추가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상대적으로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에게 추가 계도기간(3~6개월)을 반영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면서 "계도기간 부여가 시행 유예와 같은 효과를 가져오도록 근로감독 제외 등의 조치가 현장에서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경영상 사유' 확대뿐만 아니라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자발적 노사합의가 인가의 충족요건이 될 수 있도록 조치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주 52시간제의 연착륙을 위한 국회의 입법 보완과 정부의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유연근로제 보완 입법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은 기업들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범법 상태를 전제로 한 계도 기간 연장만으로는 기업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 입법을 통한 시행 유예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생산직은 탄력근로제 등을 통해 주 52시간을 맞출 수 있지만 연구인력이 많은 업종, 성수기가 뚜렷한 업종은 어렵다"며 "1년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어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안대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조속히 입법화하고, 선택근로제 역시 정산기간 확대를 통해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올해 정기국회 회기는 종료됐으나 여야가 임시국회를 통해서라도 입법 보완을 마무리해 기업들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은 절반 이상이 불규칙적인 업무 발생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50인 이상~300인 미만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연말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준비하기 어렵다고 대답한 기업은 51.7%에 달했다. 중소기업들은 불규칙적인 업무 발생(56.0%)과 설비 작동 중단 불가(36.0%), 숙련 인력 대체 어려움(20.9%) 등으로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의 보완 대책에 대해 노동계의 입장은 강경하다.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확대에 불법적인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확대에는 불법의 소지가 있다"며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시행규칙 개정 시행 시, 법률에 위반되는 정부의 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관련 헌법소원 및 위법한 시행규칙 관련 행정소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특별연장근로에 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악 방안을 발표해 주 최대 40시간 근로와 12시간 연장근로 제한으로 시작하는 근로시간 단축 흐름에 파탄을 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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