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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자, 건설코리아]역대 최대 '템부롱대교' 갈라진 東西 브루나이 잇는다

최종수정 2019.12.10 15:03 기사입력 2019.12.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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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만 사이에 두고 떨어진
東무아라 西템부롱 지역 연결
총 30km 4개 구간 건설 프로젝트
해상교량·사장교 핵심 구간 수주

교각 위에 상판2개씩 올리는
특수기중기 '론칭 갠트리'공법
능률 4배 빨라져 공사기간 단축
4년 반의 공사 마무리 단계

해상 2시간·도로 4시간 소요
정식 개통땐 차로 20분만에 이동

대림산업이 약 4년 반 동안의 공사 끝에 준공한 브루나이 템부롱 대교 전경. 총 연장 4㎞에 이르는 이 교량은 경제ㆍ지리적으로 단절된 브루나이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석유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바꾸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대림산업)

대림산업이 약 4년 반 동안의 공사 끝에 준공한 브루나이 템부롱 대교 전경. 총 연장 4㎞에 이르는 이 교량은 경제ㆍ지리적으로 단절된 브루나이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석유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바꾸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대림산업)



[반다르스리브가완(브루나이)=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양분하고 있는 보르네오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섬이다. 천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이 섬 북단에는 또 다른 국가가 자리잡고 있다. 브루나이다. 국토 면적이 57만7000㏊로 제주도 3개 크기 정도에 불과하지만 풍부한 석유자원 덕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를 넘는 부국이다.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 세리 베가완 도심에서 북동쪽 해안선을 따라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인 브루나이만에 다다르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교량이 한 눈에 들어왔다. 대림산업이 짓고잇는 브루나이 역사상 최대 규모 교량인 '템부롱 대교'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마침 약 4년 반의 긴 공사를 마치고 준공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초기부터 진두지휘해 온 이 회사 안병욱 현장소장은 "예비준공증명서(PAC)를 발급받고 청소 등 마무리 작업 한두달만 더 하면 공사는 완전히 끝난다"고 말했다.


◆갈라진 브루나이 잇는 물류의 새 동맥= 대림산업이 템부롱 대교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4년여 전인 2015년. 총 사업비 2조원으로 단일 교량공사로는 매머드급인 이 프로젝트는 총연장이 30㎞에 이른다. 대림은 4개 구간으로 나눠 발주된 이 공사의 핵심인 해상교량(CC2)과 사장교(탑과 다리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한 형식의 다리) 구간(CC3)을 맡았다. 수주금액은 7500억원 규모다.

브루나이는 1인당 GDP가 3만3424달러로 한국(3만2046달러)보다 높은 천연자원 부국이지만 브루나이만을 사이에 두고 서쪽 무아라 지역과 동쪽 템부롱 지역이 서로 단절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무아라 지역에 인구 95%가 살 정도로 두 지역 간 인구와 경제력 편차가 크다. 무아라에서 템부롱으로 이동 할 경우 해상으로 1~2시간, 도로로는 막히면 4시간이 넘게 걸린다. 특히 육로의 경우 인도네시아 영토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때문에 브루나이 정부는 두 지역을 연결해 교통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템부롱 지역 개발에 대한 의지가 높았다. 더욱이 2010년대 중반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로는 지속적 성장이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템부롱 대교 프로젝트는 이같은 지역간 편차를 해소하고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겠다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다리가 개통되면 두 지역 간 이동은 차로 단 20분이면 가능해진다.


◆발상의 전환 통해 짧은 공기 극복= 템부롱 대교 건설에는 특수 기중기를 사용하는 '론칭 갠트리(launching gantry)'공법이 적용됐다. 교각 위에 상판을 올려놓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첨단 공법이다. 기존 공법으로는 800t짜리 상판을 교각 위에 한번에 하나씩 밖에 올릴 수 없었지만 대림은 새로운 공법을 통해 한번에 2개씩, 최대 1700t까지 상판을 설치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상판 2개를 한번에 들어서 교각 위에 올리는 방식은 처음으로 시도하는 공법"이라며 "발주처가 요구한 기한을 맞추기 위한 고민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장비는 대림산업이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설계해서 유럽 건설기계 제작사에 의뢰해 탄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측은 이 공법으로 상판 작업의 능률을 4배 이상 높여 공사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개통을 목전에 둔 템부롱대교는 브루나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리 입구에 다다르자 한국의 서해처럼 잔잔한 황색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이 곧게 뻗어있었다. 교량 반대쪽은 수평선 너머로 이어지며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교량의 무아라쪽 초입 사장교 구간엔 이슬람 사원 형상의 A자형 주탑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 교도인 이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주탑 꼭대기 역시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승달이 장식돼 있었고 그 밑엔 '신의 은총으로'라는 뜻을 지닌 '알함둘릴라(Alhamdulillah)'라는 인사말이 적혀있었다. 약 150m 높이 주탑은 대림이 공사를 맡은 해상교량 초입과 교량 중간지점 등 총 3개로 구성돼 있다.

대림산업이 브루나이에 시공한 템부롱 대교 위치도.

대림산업이 브루나이에 시공한 템부롱 대교 위치도.



◆반세기 인연이 템부롱대교 수주로= 대림산업은 1970년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기계유지 개수공사로 브루나이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대림은 브루나이에서 지금까지 14건의 사업을 따냈다. 특히 2017년 완공한 브루나이 최초의 사장교 '리파스 대교'는 이 나라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리파스 대교는 반다르 세리 베가완 도심을 가로지르는 브루나이강 위에 놓인 교량이다. '캄풍 순가이 케분' 지역과 '잘란 레지던시' 지역은 이전까지 브루나이 강을 빙 돌아 40㎞를 이동해야 왕래가 가능했지만 교량이 완공된 후 이동거리가 크게 단축됐다.


대림은 리파스 대교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3년 브루나이 정부가 이 사업을 발주할 때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던 탓이다. 첫 특수교량이다보니 기술적인 측면을 꼼꼼히 살핀 것은 물론 디자인에서도 요구사항이 많았다. 현지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제약까지 있었다. 대림산업은 현지 건설업체인 스위(SWEE)와 컨소시엄을 맺어 입찰 자격을 얻었다. 디자인 면에서는 브루나이가 이슬람국가란 점에 착안했다. 주탑을 이슬람 사원을 상징하는 돔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1층에는 이슬람 기도실을 만드는 설계안을 제시했다. 157m로 지금까지 현지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주탑 높이 역시 의미를 부여해 이뤄진 설계다. 숫자 '157'은 브루나이 국왕의 생일인 7월15일의 영어식 표기다. 안 소장은 "이번 템부롱 대교 프로젝트는 단절된 두 지역을 잇는다는 통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브루나이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고 그곳 국민들에 큰 기쁨을 줬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2017년 준공한 브루나이 최초의 사장교 리파스 대교. 대림은 브루나이 정부와 50년간 이어온 신뢰를 바탕으로 리파스 대교와 템부롱 대교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냈다.

대림산업이 2017년 준공한 브루나이 최초의 사장교 리파스 대교. 대림은 브루나이 정부와 50년간 이어온 신뢰를 바탕으로 리파스 대교와 템부롱 대교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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