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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갈색 페트병부터 호텔 어메니티까지 다 금지"…환경부 막무가내 정책에 유통업계 "황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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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재활용법 개정안,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등 추진
업계 "현실적 측면 고려 전혀 안 돼…소비자 불만 상당할 것"

"맥주 갈색 페트병부터 호텔 어메니티까지 다 금지"…환경부 막무가내 정책에 유통업계 "황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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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환경부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재활용, 1회용품 사용 관련 정책과 관련해 유통ㆍ숙박업계 전반이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색깔이 들어간 맥주 페트병, 와인ㆍ위스키병, 화장품 용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호텔 어메니티(생활편의용품)도 사라지게 된다.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던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시에는 1회용컵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각 업계에서는 "정부가 업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당혹감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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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다음달 25일 '재활용을 극히 저해하는 재질ㆍ구조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은 종이팩ㆍ유리병ㆍ철캔ㆍ알루미늄캔ㆍ페트병 등 9개 포장재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하던 현행 기준을 세분화해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으로 나눴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주류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맥주 페트병과 와인ㆍ위스키병 등이다. 페트병의 경우 몸체가 '무색'이어야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주류 업체 대다수는 맥주 제품에 갈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다. 짙은 색상을 사용한 와인ㆍ위스키병 등도 재활용 용이성 '어려움' 등급을 부여받게 됐다.


주류업계는 "병 색깔로 재활용 용이성 등을 규정하는 것은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입장이다. 소주의 경우 무색으로 페트병을 바꿔도 제품 변질 우려가 없기 때문에 교체를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맥주 페트병을 무색으로 변경할 경우 직사광선, 자외선 등으로 인해 품질 저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하이트진로ㆍ롯데주류ㆍ오비맥주 등은 "다음달 말 환경부의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면 관련 사항을 의논하기로 했다"며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대응에 나설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마땅한 대체재를 찾을 수 있을지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대안이 없으면 유예기간을 두고 퇴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듯하다"고 귀띔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맥주 페트병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담아낼 수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존재하는 포장재"라며 "어떤 결론이 나도 결국 소비자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는 수입해 들여오는 와인, 위스키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생산ㆍ유통되는 수입사 제품을 '친환경' 명목으로 국내에만 별도 제작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수입 주류까지 이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수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한국수입주류협회 등은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동시에 유색병 규제 반대 의사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 호주 등 대한국 주류 수출 국가들도 환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무역상기술장벽협정(TBT)에 한국 정부의 이같은 규제가 사실상 무역장벽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업계 역시 "심미적 가치와 기능적 요소가 중요한 화장품 용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라스틱, 유리가 주 재질인 화장품 용기는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목적 외에도 변질 위험을 방지하고 화장품 구성성분 등 필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특히 펌핑 호스의 경우 재활용 안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재질로는 생산이 불가능해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9개월의 계도기간을 준다고는 하지만 대형 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은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며 "용기의 중요성이 식품이나 생활용품보다 큰 곳이 화장품 업계인데 제품 표면에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표시를 본 소비자들이 어떤 반감을 가지게 될 지 바로 상상이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K뷰티로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업종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의 경우 용기 자체가 브랜드의 상징이자 중요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인데 규제대로 바뀌게 되면 글로벌 제품과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소규모 커피숍 바로 옆 쓰레기통은 일회용컵으로 가득하다./윤동주 기자 doso7@

소규모 커피숍 바로 옆 쓰레기통은 일회용컵으로 가득하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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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환경부는 이달 22일 2022년까지 1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는 등 대체 가능한 1회용품은 쓰지 않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했다. 남은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컵과 포장ㆍ배달음식 1회용 식기를 2021년까지 무상제공을 금지하는 한편 용기ㆍ접시도 친환경ㆍ다회용기로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또 2022년부터는 50실 이상 숙박업에 1회용 위생용품 무상제공이 금지된다.


외식업계는 비용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는 반응이다. 국내 유명 분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포장ㆍ배달음식 1회용 식기류 무상제공 금지의 경우 이미 업계 전반에서 실천 중인 내용이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용기ㆍ접시를 친환경 소재 또는 다회용기로 전환하라는 것은 억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배달에 다회용기를 이용할 경우 직접 수거해야 해 인건비가 두 배로 지출될 것"이라며 "인건비 부담을 위해 음식값에 수거비까지 포함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결국 소비자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비싼 친환경 소재 용기를 자영업자들이 도입하기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커피전문점들 역시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1회용품 사용 줄이기는 분명 필요한 정책이지만, 소비자 비용 전가가 불가피하다"며 "마시던 음료를 1회용컵에 옮겨담는다고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면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그잔 사용 의무화나 테이크아웃 시 음료를 1회용컵에 옮겨 담는 것도 소비자 부담이 없어 현실적 적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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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계도 행정편의적이며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1회용품 사용 금지를 강제하지 않으며, 1회용 용기를 고정 용기로 대체하도록 유도하는 수준"이라며 "일부 호텔에서 리필용 용기로 대체하고 있지만, 그마저 고객들이 싫어할 수 있어 업계의 고민이 큰 상황인데 너무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호텔은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다른 나라 호텔에 없는 내용까지 적용할 경우 국내 관광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우선적으로 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추진하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측은 "이번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 관련 부처·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시행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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