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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기 어려워요" 정부 압력에도 예산 못푸는 기초지자체

최종수정 2019.11.22 19:59 기사입력 2019.11.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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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 56.2%·경북 봉화 58%…전년대비 집행률 오히려 떨어져
지자체 "대형사업 예산 많아 연내 실집행 어렵다" 호소
정부, 각종회의로 예산 집행 압박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장세희 기자] 경북 영덕군과 강원 삼척시는 올해 불어닥친 태풍 '미탁'의 피해 복구를 위해 각각 올해 800억원과 900억원의 사업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하지만 실제 집행된 예산 규모는 미미하다. 삼척시의 경우 재난지원금 10억원, 응급복구비 16억원 등 26억원에 불과했다. 삼척시 관계자는 "30억원 이상인 대형사업은 재난과 환경영향평가 등 이행할 게 많다"면서 "집행하고 싶어도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태풍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하천을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설계만해도 일년이 걸린다"면서 "주민동의까지 구하는 과정은 더 길다"고 호소했다. 영덕군은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전체예산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3374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돈 쓰기 어려워요" 정부 압력에도 예산 못푸는 기초지자체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2.0%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집행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실제 집행을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22일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을 통해 파악한 전국 지자체 재정집행률(광역+기초)은 지난 20일 기준 74.9%(일반+특별회계)로 지난 3분기 말 기준 63.1% 보다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광역단체가 상승을 주도했을 뿐 기초단체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오히려 집행률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지자체를 독려해도 현장에서는 예산 집행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광역지자체인 경기와 경북의 재정집행률은 지난해 79.9%에서 올해 85.1%, 81.8%에서 83.3%로 각각 상승했다. 기초지자체인 경북 봉화군의 올해 재정집행률은 지난 15일 현재 58%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 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강원도 삼척시의 재정집행률은 지난 19일 기준 56.2%로 전년동기의 63%를 크게 밑돌았다. 수도권에 위치한 안양시의 경우도 지난해 11월 19일까지 75.6%의 집행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73.9%로 떨어졌다. 충남 아산시는 20일 현재 69.6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9.23% 보다 0.38%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기초단체로 갈수록 재정집행률이 낮아지는 것은 지자체별로 예산규모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 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하천 정비 같은 대규모 사업예산이 많아 제때 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 예산이 1조원이 안되는 지자체에 재해복구비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면 집행률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얘기다. 삼척시의 경우 올해 예산이 9460억원으로 지난해 7267억원에서 2200억원가량 증액됐다. 여기에는 태풍 '미탁' 피해 복구비 예산 900억원이 포함됐지만 당장 지급이 어려운 사업이 대부분이다. 시 관계자는 "수해 복구 계획만 짜는데도 시일이 걸려 연내 집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예산 미집행도 집행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경북 영덕군의 경우 태풍 피해 복구비 뿐 아니라 전(前) 정부때 원전지원금 380억원을 예비비로 확보했지만 여전히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천지원전 계획이 백지화된 후 정부가 예비비 반납을 요구했지만, 군의회가 버티면서 집행이 보류된 상태다.

정부는 최근 선금 지불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까지 취했으나 정작 지자체들은 집행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11일 '신속집행을 위한 선금집행 특례 및 집행요령' 공문을 각 지자체장과 지방교육감 앞으로 보내 선금지급 요건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총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선금 지급이 가능하고 이달 말 종료인 계약금액의 80%인 최대지급률 적용시한을 다음달 20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기초지자체의 반응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한 기초지자체 공무원은 "선금 비율을 늘려 업체에 지급하라고 하지만, 개별 공무원 입장에서는 뒤탈이 생길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인건비와 조달품목은 선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지급할 수 있는 규모는 50~60%에 불과하다는 게 일선 지자체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업체 입장에서도 선금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보증에 가입해야 해 번거롭다는 불만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문을 통해 지자체에 추가지침을 전달한 만큼, 감사 등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행안부를 중심으로 기초지자체 집행실적을 하루가 멀다하고 점검하고 있다. 매일 영상회의와 일주일에 한차례 이상 대면회의를 소집한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부서별로 집행실적을 '우수''보통''부진'으로 평가해 부진부서에 대해서는 별도 대책회의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집행실적이 낮을 경우 내년 교부금 배분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자체는 요즘이 예산편성기간이라 상당히 바쁜데, 정부에서 수시로 영상회의와 자료제출을 요구한다"면서 "인센티브와 패널티까지 거론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지자체 예산담당자는 "지자체는 요즘이 예산편성기간이라 상당히 바쁜데, 정부에서 수시로 영상회의와 자료제출을 요구한다"면서 "인센티브와 패널티까지 거론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청한 재정전문가는 "정부가 밀어붙여서 집행률을 올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중앙과 광역ㆍ기초지자체가 유기적으로 소통해 연내 집행을 할 수 있는 부분과 대형사업에 예산을 조속히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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