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아빠 엄마 저는 살고 싶어요"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살해되는 아이들

최종수정 2019.11.21 16:51 기사입력 2019.11.20 16:30

댓글쓰기

신변 비관 이유로 일가족 극단적 선택
아이들은 사실상 살해 당하는 상황
전문가 "가장의 어긋난 책임감 문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경제적 빈곤 등을 이유로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실상 살해를 당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 시흥에서 발생한 일가족 '극단적 선택'을 시작으로 9월 대전, 10월 제주, 11월 서울 성북구 전날(19일) 인천 일가족 사망사고까지 사망자 수를 종합하면 무려 20명에 달한다.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주도적으로 이를 실행에 옮긴 가장 역할을 하는 1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살해를 당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일련의 사건에서 살해당한 피해자는 모두 16명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는 사건 발생 이면에는 가장의 어긋난 책임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인천시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 계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9분께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 A(49·여)씨와 그의 자녀 2명 등 모두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사망자 중 A씨 자녀는 아들(24)과 딸(20) 등 2명이다. 나머지 1명은 몇 달 전부터 함께 살던 딸의 친구(19)로 확인됐다. 현장서 발견된 유서에는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일 서울 성북구에서는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 1일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에서도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외부에서 강제로 침입한 흔적 등 타살로 의심할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어 8일 경기도 시흥에서는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지난 9월4일 대전에서도 40대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 중 1명의 소지품에선 유서 내용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빠 엄마 저는 살고 싶어요"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살해되는 아이들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살인을 실행에 옮기는 가장 역할을 하는 이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며 자신의 아내, 또는 남편과 아이 등을 살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사례를 연구한 논문 '우리나라 가족 내 자녀 살인을 동반한 극단적 선택 사건 분석'(이상현, 2008)을 보면, 유서에 드러난 부모들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지난 2006년 13살, 14살 남매에게 청산가리를 먹이고 극단적 선택을 한 아버지(38)는 "세 식구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줄로 묶고 갑니다. 같이 있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5살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하고 목숨을 끊은 27살 엄마는 "아들 ○○이가 고생할 거 생각하면 내가 못 견뎌. 그래서 데려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상균 전 범죄심리학회 회장은 CBS 노컷뉴스에서 "보통 일가족 모두 죽음을 선택하면 가장 어린 자녀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외 가족 구성원은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동반 극단적 선택이 아닌 살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강조했다.


"아빠 엄마 저는 살고 싶어요"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살해되는 아이들


일가족 극단적 선택이라 불리는 이른바 '자녀 살해'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서울경찰청 소속 정성국 박사 등이 경찰 수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을 보면 자녀 살해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총 230건으로 추정된다.


이 중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은 44.4%였다. 살해 동기를 유형별로 보면 가정불화가 102건(44.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제문제 62건(27.0%), 정신질환 55건(23.9%) 순이었다. 살해 후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는 102건(44.4%)이었다.


전문가는 가장의 그릇된 책임감 인식에 따른 명백한 살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가장은 가족들의 자신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의 생계가 어려워지면, 굉장한 굴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면서 "이런 것이 해결 되지 않을 때 본인이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사건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일가족 극단적 선택 과정에 대해서는 "이른바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장들이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가족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닌 본인에 대한 부속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자살하는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도 모두 살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