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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미래 바꾸는 '자가치유 신소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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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앨라스토머 소재'는 절단 후 서로 붙여만 놔도 2시간이 지나면 원래 모습을 회복합니다. [사진=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앨라스토머 소재'는 절단 후 서로 붙여만 놔도 2시간이 지나면 원래 모습을 회복합니다. [사진=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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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도로나 교량, 건축물의 파손되거나 금이 간 부분이 스스로 복구되고, 길바닥에 떨어져 깨진 스마트폰의 액정이 한두 시간만에 새 것처럼 된다면 어떨까요?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라 조만간 실제 겪게 될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 원상복구하는 소재를 '자가치유(self-healing) 소재'라고 합니다. 인체에 상처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되는 것처럼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의 물질에도 자가치유 기술을 접목시켜 손상되거나 망가져도 스스로 복구되는 고분자 신소재를 말합니다.

자가치유 소재의 시초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일리노이대 베크만연구소가 개환형 가교반응이 가능한 '다이사이클로펜타다이엔(dicyclopentadiene)'이 함유된 마이크로 캡슐을 개발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캡슐이 함유된 고분자 매트릭스가 손상되면 내장된 마이크로캡슐이 깨지면서 다이사이클로펜타다이엔이 손상된 곳으로 흘러나와 가교반응으로 고체화돼 손상된 곳을 원상복구하는 캡슐형 자가치유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반복적인 치유가 어렵고, 절단·손실된 부분에 대한 감지 필요성, 긴 치유시간 등의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후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형상기억', '자가집합 상분리', '손상감지' 기술 등 지능형 소재기술과 결합한 지능형 자가치유 고분자 기술이 개발돼 왔습니다.


가장 최근 개발된 소재는 카네기멜론대(CMU) 연구팀이 개발한 형상을 바꿀 수 있고, 손상시 자가치유 기능을 갖춘 소프트 소재입니다. 이 소재는 마치 사람이 뜨겁거나 날카로운 것에 닿으면 움츠러드는 것처럼 외부 하드웨어 장치 없이 주변 환경을 인지해 반응합니다. 전기전도성과 열전도성을 갖춘 지능형 소재로 환경에 맞게 형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지요.

이 소재는 자체 손상에 대해 회복성과 반응 능력을 갖고 있어 신축성 있는 전자 장치가 필요한 의료나 헬스, 의류, 웨어러블 컴퓨팅, 로봇 등의 분야에 활용될 전망입니다.


현대 건축의 총아인 콘크리트도 영구적이진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갈라지거나 부서집니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팀은 스스로 치유하는 '바이오 콘크리트(BioConcrete)'를 개발했습니다. 물과 젖산칼륨을 먹이로 삼고, 칼슘과 탄산염을 혼합해 석회석을 생성하는 특정 박테리아와 젖산칼슘을 섞어 만든 캡슐을 컨크리트 안에 박아 넣는 방식입니다.


콘크리트에 금이 가고 물이 침투하면, 물에 접촉한 박테리아가 석회석을 생성해 금이 간 부분을 메우는 방식입니다. 바이오 콘크리트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팀은 10여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실험을 진행했고, 최근 유럽 특허청의 인가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콘크리트 보수공사에 들어가는 연간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와 젖산칼슘의 배합 문제, 비용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섬유 부분에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자외선과 열 때문에 손상된 섬유에 스스로 치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된 기술을 공유하면서 첨단 섬유소재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의류 회사 코알라트리는 구멍이 뚫렸을 때 손톱으로 문지르면 다시 복구되는 '힐로테크(HiloTech)'라는 자가치유 섬유를 개발했습니다.


이 소재로 만든 바람막이 '휘슬러(Whistler)'는 나무나 금속에 의해 옷에 구멍이 뚫리면, 손톱으로 살살 문지르면서 구멍을 메꿀 수 있습니다. 발수코팅은 기본이고, 가벼워서 쉽게 접을 수 있어 가방에 매달거나 넣어 다닐 수도 있습니다.

금이 간 콘크리트를 스스로 치유해 빈틈을 메우는 '바이오 콘크리트' [사진=델프트공대]

금이 간 콘크리트를 스스로 치유해 빈틈을 메우는 '바이오 콘크리트' [사진=델프트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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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자가치유 엘라스토머 신소재(필름)를 개발했습니다. 실온에서 자가치유 되면서 기존 소재에 비해 강도가 2배 높습니다. 이 소재는 절단하고 다시 접합하면 실온에서 2시간만에 원래 강도의 80% 이상 회복하고, 6시간 후에는 완전히 원래 상태로 복구됩니다.


연구팀은 자동차 도장 보호필름, 스마트폰 보호필름, 산업용 로봇, 센서 소재 등 응용 분야가 무궁무지한 만큼 상용화될 경우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지난 6월 손상되거나 완전히 절단되더라도 스스로 회복·접합돼 원래와 똑같은 모습으로 되돌아 가는 자가치유 신소재를 개발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자가치유 소재는 도로, 다리, 건축물, 선박, 자동차, 전자전기제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안전을 지키고, 판손된 제품으로 인한 쓰레기 배출도 줄여 유지·보수·처리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형상기억 고분자 소재로 찌그러진 자동차가 한두 시간만에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 가고, 자가집합 상분리형 고분자는 몇 번이고 부서진 부분을 다시 복구시키며, 손상감지형 고분자는 손상부위와 정도를 미리 감지해 적절히 처치함으로써 복구 시간을 앞당깁니다. 첨단 신소재가 영화같은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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