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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KPI…은행, 벌써부터 내년 실적 걱정

최종수정 2019.11.19 11:09 기사입력 2019.11.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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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로 방향 확 틀어
고객 수익률 배점 확대 긍정적이지만, 당분간 영업 타격 불가피
"은행들, 보여주기식 KPI 개편…소비자 권익·영업 균형 맞출 현실적·중장기적 개편 필요"

'양날의 검' KPI…은행, 벌써부터 내년 실적 걱정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수습을 위한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KPI) 개편이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도한 영업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은행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고위험 파생형 사모펀드ㆍ신탁 판매 제한 조치도 비이자이익 둔화로 이어질 게 불보듯 뻔해 은행들은 속만 태우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일부 프라이빗뱅커(PB) 센터의 고객 수익률 비중을 10%에서 30%로 상향하고, 펀드ㆍ신탁 등 개별 상품 판매실적 항목을 폐지했다. 우리은행은 비이자이익 지표 폐지, 평가지표 24개→10개로 축소, 고객 수익률 등 고객 지표 배점 확대, 반기→연간 평가 변경 등을 골자로 KPI 전반을 뜯어고쳤다. KEB하나은행은 PB 평가시 고객 수익률 등 고객 관리 비중을 종전의 2배 이상으로 상향했고, KB국민은행도 비이자이익 비중 하향 및 고객수익률 비중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모두 KPI를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는 것이다. KPI는 은행원의 승진, 성과급과 직결돼 영업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이자이익 확대 차원에서 KPI를 통해 DLS 영업을 압박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제기되자 일부 은행들은 '떠밀리듯' 또는 '보여주기' 식으로 전면적인 KPI 개편에 나서는 모양새다. 영업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지만 문제는 갑작스럽게 방향을 확 틀면서 당분간 은행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너도 나도 경쟁하듯 고치는 KPI로는 은행의 영업이 위축되고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결국 시간이 지나고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원위치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 수익과 소비자 권익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KPI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상품별 판매실적 항목을 없애고 전체 손익으로만 평가하기로 했는데 영업점장 능력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며 "은행권 전반적으로 내년 이자이익 뿐 아니라 비이자이익 역성장이 불가피해 원치 않게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금융위가 원금손실범위가 최대 20~30%를 넘는 파생형 사모펀드, 이를 담은 신탁 판매를 금지하는 극약처방을 내리면서 비이자이익의 핵심인 자산관리(WM) 영업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규제로 은행권 판매가 막히는 금융상품 규모는 50조원으로 추산된다.


DLS 사태가 하반기 은행권을 덮친 '돌발변수'라면 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 경기 둔화로 인한 부실 리스크는 일찌감치 예상된 '상수'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대출자산 확대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시중금리 하락으로 NIM도 내려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NIM은 지난해 3분기 1.65%에서 올해 3분기 1.55%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며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올해 대비 1~2%포인트 이상 낮춰잡고 있다.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가계ㆍ기업대출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이 증가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NIM 하락, 경기 둔화에 따른 부실 리스크에 DLS 사태까지 은행 전체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자이익ㆍ비이자이익을 많이 내도, 적게 내도 지적받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업계 전반적으로 한층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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